경남청소년행동 창원집회, 강제 보충수업·성희롱 등
변화 없는 학교 현실 비판

학생들의 외침에도 학교와 교육청에서 화답하는 메아리가 없다. 단 한 곳에서도 있어서는 안 될 △방학 강제보충 수업 △겨울 겉옷 금지 △성희롱 발언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원회(이하 청소년준비위)는 지난 13일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방학에서 살아남기'를 주제로 세 번째 토요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에게 방학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학교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에 붙잡혀 강제적으로 보충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인문계 고교를 졸업했다는 한 발언자는 "학교는 보충수업 신청서를 받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고 하지만 보충학습시간 내신 진도를 나갔기 때문에 한 명도 빠짐없이 참여해야 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여름방학에도 불거졌던 문제다.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 회원들이 1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방학에서 살아남기' 행사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7월 방학 중 보충수업(또는 자율학습)을 전체 방학 기간의 절반을 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고교에 보냈지만, 상당수 학교가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겨울방학이 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청소년준비위는 "ㅊ 고교를 비롯해 방학 중 강제보충학습을 하는 학교가 경남에 너무 많아 전수조사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낮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는 추운 날씨에도 학교 겉옷 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겉옷 없이 교복 치마와 재킷만 입고 발언에 나선 한 중학생은 '교복 찢기' 퍼포먼스를 했다. 그는 "많은 학교에서 발목이 강조돼 야해 보인다는 이유로,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롱패딩 착용을 점검하고 있다"며 "학생도 인간답게, 따뜻하게 살고 싶다"고 외쳤다.

남자 교사들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청소년준비위는 '학교에서, 일터에서, 가족에게 들은 기분 나빴던 말들'을 현장에서 수집해 파쇄기에 넣어 찢는 행사도 열었다. 여기에는 '성폭력 안 당하게 길게 입어라', '(틴트 바른 학생에게)술집 여자냐', '성폭행 원인은 피해자다' 등 성희롱 발언들이 적혀 있었다.

'빨간 커튼을 보니깐 여자 생식기가 생각나네'라는 글을 적고 직접 파쇄한 한 고등학생은 "이 말을 한 선생님은 평소에도 '여자는 30살이 넘으면 꺾인다'는 발언을 한다. 문제의식을 느낀 일부 선생님들조차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분란 만들지 말자고 이야기한다"고 고발했다.

지난해 12월 청소년준비위는 겉옷규제 폐지 등을 외치며 차디찬 길바닥에 앉아 피켓을 들기도 했다. 교육청과 학교에서 청소년 집회를 탄압하지도 않지만 보호해주지도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반응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안전상의 이유로 롱패딩을 입지 못하게 하는 등 학교 상황에 따라 생활규정을 달리하고 있다. 하지만, 겉옷 자체를 금지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민원은 한 건도 없다"며 "학생 인권 침해 사례가 접수되면 교칙 등을 바꿀 것을 학교에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학교 생활지도 표준안 권고에 따라 오는 2월까지 학교 자체적으로 생활규정 개정을 마무리하고 3월부터 컨설팅을 진행할 방침이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적은 기분 나빴던 말에는 '애들 다 가만히 있는데 왜 네가 나서냐', '네가 이렇게 한다고 바뀌는 게 있느냐'는 말도 있다. 주위 시선과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 내 악습을 깨려는 참가자 40여 명은 '2018 선택, 청소년 인권 교육감'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