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성산에 있는 시민 천문대...천체 관측 프로그램 등 운영
망원경으로 보는 행성·성운 등 반짝이는 우주 신비에 감탄

우주를 상상하면 까닭 없이 무서운 때가 있다.

여러 공포 가운데 깊은 바다가 주는 공포도 있지만, 바다는 끝이 존재하기에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이 주는 공포와 결이 다르다.

망원경 크기는 기술의 발달로 점점 커졌다. 성능 또한 나아졌다. 그만큼 인간이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는 우주공간도 깊고 넓어졌다.

물론 우주의 무한성에 비교하자면 턱없이 초라한 성적이지만, 인간의 우주 공포증을 기술의 발전이 조금 덜지는 않았나 싶다.

김해천문대 제1관측실 모습. 굴절망원경이 달을 향해 있다. /최환석 기자

김해 분성산 정상에 있는 김해천문대는 일반인이 별을 볼 수 있는 시민 천문대다.

1998년은 세기말 분위기가 물씬했다. 새 시대를 향한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김해천문대는 밀레니엄 기념사업 하나로 추진됐다. 새 시대에 더 넓은 우주로 뻗어나갈 인류의 도전을 기념하듯 말이다.

2002년 2월 1일 문을 연 김해천문대는 분성산이 알을 품은 듯한 형상이다. 가락국 시조인 김수로왕이 알에서 태어난 데서 비롯했다. 작은 알 속에서 우주를 관찰하는 독특한 접근이다.

김해천문대에서는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기 참가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천문대 관측동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 천체를 보는 프로그램이어서 날씨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날씨가 흐린 날에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보조 관측실에서 별자리 해설사의 별자리 설명과 관측 대상 설명을 듣고 실제 천체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한다. 관측실은 제1관측실, 제2관측실, 보조 관측실로 나뉘는데 각 달, 행성, 별, 성단 등 시기별 관측하기 가장 좋은 대상을 뽑아 진행한다.

김해천문대에서 본 야경. /최환석 기자

제1관측실과 제2관측실은 2대의 주 망원경을 설치했다. 제1관측실은 7m 원형 돔에 구경 200㎜ 굴절망원경이 있다. 굴절망원경은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 굴절하는 특성을 이용해 빛을 모은다. 비교적 가격이 비싸지만 같은 크기의 반사망원경보다 빛을 많이 모은다.

제2관측실은 7m 원형 돔에 구경 600㎜ 반사망원경을 설치했다. 거울 반사 성질을 이용해 빛을 모으는 반사망원경은 색수차가 나타나는 굴절망원경 단점을 메우고, 비용이 비교적 싸다는 장점이 있다. 색수차는 백색 광선을 렌즈를 통해 투사해 상을 맺었을 때 상 가장자리에 색이 붙어 흐리게 보이는 현상이다.

제1관측실에서는 굴절망원경으로 달을 비춘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여서 날씨만 좋다면 매끈한 얼굴과 함께 토끼가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카메라 렌즈를 망원경에 대고 달 사진을 찍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오리온 대성운. /김해천문대

보조 관측실에 있는 소구경 굴절망원경 4대를 포함해 여러 망원경으로 달과 태양계의 여러 행성, 성운, 성단, 별을 관측하고 있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탄성을 지른다. 반짝이는 천체의 신비로움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계절에 따라 별자리가 바뀌어 관측 대상도 바뀌니 사계절을 두루 즐길 수 있겠다.

잠시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진다. 김해 야경이다. 비록 인공의 빛이지만 하늘의 별보다도 더 밝게 빛난다. 소중한 사람이 그리운 아름다운 밤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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