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마키 지음
문인·상담사·사회학자 등 대담
복잡한 엄마와 딸의 관계 분석
성 역할 고착된 사회구조 지적

일본 정신병리 전문가 사이토 다마키가 쓴 <나는 엄마가 힘들다>는 정신분석학을 토대로 엄마와 딸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서술한다.

저자는 앞서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를 펴냈다. 그는 남성의 시각으로 쓴 모녀관계가 '남성의 시각'에 편협됐을까 염려하며 여성과의 대담을 통해 보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겪은 모녀 갈등을 만화로 그린 다부사 에이코, 모녀 관계를 생생하게 묘사한 소설을 쓴 가쿠타 미쓰요, 일본 대표 문인 하기오 모토, 심리 상담사 노부타 사요코, 본인의 모녀관계에서 가족사회학적인 관점으로 시각을 확장해 여성과 가족 문제를 흥미진진하게 분석한 미나시타 기류와의 대담을 추려 정리했다.

먼저 다부사 에이코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엄마와 관계를 끊을 때까지 사투를 기록한 만화 에세이 <엄마를 미워해도 될까요>를 펴냈다.

"엄마는 늘 '에이코 건 내 거'라는 듯이 행동했어요. 아무런 상의 없이 학원을 정하고 미용실을 예약하고, 사회인이 되어 독립한 이후에도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요. 그러고는 "엄마는 에이코를 사랑해, 에이코도 엄마랑 아빠가 소중하지?!"라는 말을 꺼냈어요."

다부사 에이코는 29살 결혼할 무렵 엄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반성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단다. 그녀는 스스로 해결책을 궁리했다. 심리치료소를 찾으며 상담을 받았다.

그녀는 남편에게 버럭 화를 내는 원인에 엄마에 대한 분노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두 살 난 딸을 키우며 <엄마도 사람이야>라는 제목의 육아 만화를 그리고 있다. 강요된 모성에서 해방되기를 바라고 그린 만화다.

가쿠타 미쓰요는 엄마와 자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소설 <마더콤플렉스>를 썼다. 미국 여러 작가가 자신과 엄마의 관계에 대해 쓴 에세이 <엄마의 혼>을 읽은 후 남성 작가들의 '아들과 엄마'는 관계를 맺는 방식이 여성들과 어딘가 다름을 기묘하게 느꼈다. 엄마는 아들을 무한 긍정하는 반면 딸에게는 조건부 긍정을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기오 모토는 엄마와 딸 사이에 오가는 사랑과 증오를 그린 작품 <이구아나의 딸>의 저자다.

"저희 엄마는 활화산 같은 사람이에요. 신경이 예민해서 1년 내내 화를 내죠. 저는 어린 시절에 엄마 같은 사람이 되는 것만은 피하자고 생각했어요."

저자는 하기오 모토의 그림에 '엄마의 억압'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그녀는 인간의 성을 규정짓지 않는 섹슈얼리티를 택한다.

모녀 문제의 권위자라고 불리는 노부타 사요코는 임상 현장에서 처음으로 모녀 문제를 인식한다. 그녀는 딸들이 가정의 문제를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엄마에게 침식당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모녀 문제는 딸이 엄마에게 느끼는 위화감, 답답함, 때로는 공포와 같은 감정으로 자각된다고 설명했다. 또 딸의 초경을 혐오하는 엄마, 임신한 딸에게 "너, 애 낳으려고?"라고 묻는 엄마의 심리상태는 딸의 고통을 느끼는 엄마만의 유대감이라고 분석했다.

미나시타 기류는 학교나 사회로 나가니 '여자일 때'와 '인간일 때'의 차이가 너무 커 사회학자를 택한 여성이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을 여자아이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키우려고 노력했던 엄마를 떠올리며 성 교육이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계승되는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엄마가 힘들다>는 어쩌면 아주 일반적이지 않은 개인의 사생활을 엄마와 딸의 모습으로 일반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 바탕은 같다. 바로 여성은 성역할과 제도적인 문제의 영향을 받으며 그 안에서 살았고, 자신이 살아남으려고 터득한 지혜를 딸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사회구조에서 기인한다.

근대의 산물이며 남성이 강요해온 '현모양처'라는 환상이 빚어낸 엄마와 딸의 관계.

여성이 서로 불쌍해하는 오늘날의 이상한 현실이 씁쓸하다.

271쪽, 책세상,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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