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부 경남은 겨울에 비교적 많은 눈이 내린다. 반면 창원을 중심으로 하는 남동부 지역은 눈 구경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어쩌다 눈이 내렸다 하면 큰 혼잡이 벌어진다. 눈 재난에 길들지 않은 탓이다. 지난 10일 내린 폭설은 산청 함양 합천 거창 등 서북부 지역에 7∼8㎝의 적설량을 기록했으나 창원에는 겨우 2∼3㎝ 정도 내렸을 뿐인데 교통혼란과 시민 불편감은 상대적으로 훨씬 컸다. 그 정도 강설량이면 차량운행에 다소 지장은 줄지언정 통행이 전면 중단될 것까지는 없지만 창원 시내버스가 한동안 올스톱되는 바람에 시민들 발이 묶여 출근길 직장인들이 지각사태를 면치 못했다. 대단찮은 눈 때문에 기업 생산성이 차질을 빚었다. 그런데도 주요 도로에는 경찰이나 제설 장비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아 허술함을 드러냈다.

당국의 해명처럼 바퀴에 체인을 감아야 할 만치 큰 눈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날씨가 추워 곧바로 노면이 빙판으로 변한다면 그때는 무슨 수로 문제해결에 나설 것인지 알 수 없다. 다행히 눈이 멈추면서 도로 위의 눈은 대부분 녹아 없어졌지만 그늘진 곳이나 경사가 심한 고갯길, 발길이 뜸한 이면도로는 쌓인 눈이 밤새 그대로 얼어붙어 위험천만이다. 그런 도로까지 안전하게 하려면 따로 대책이 서야 한다. 그러나 작은 눈에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보는 시민들로서는 영 미덥지 않다. 요소에 모래주머니를 비치해두거나 적재적소에 제설차를 가동하는 등의 대비태세에 허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끄럼사고에 따른 인적 물적 피해 또한 보상받을 길이 없다.

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은 과연 눈에 대비한 매뉴얼을 제대로 작성하고 있는가, 있다면 얼마나 체질화하고 있으며 또 협력체제는 잘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여러 가지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해야 한다. 하지만, 불과 3년 전 전례와 같게 그저 허둥대기만 하고 눈만 그치기를 기다린 무대책이 전혀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 되풀이된 상황을 고려하면 시민들에게 재난 알림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지나 않은지 의심을 하게 한다. 이번에는 경우의 수를 예상한 확실한 행동지침을 세워 재난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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