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자치경찰제] (3) 잘 뿌리내리려면
이 "수사 중립·공정성 필수"-김 "시민 통제받는 제도로"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대로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가 잘 뿌리내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이번 권고안이 '국가경찰'을 전제로 하는 만큼 지역에 맞는 자치경찰 업무 개발과 지역민이 원하는 치안에 보다 관심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통해 국가경찰과 보완적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도 범죄·첩보 수사 등 '국가경찰' 이미지 외에도 다양한 경찰 기능을 인정해 자치경찰제 입지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무배분 세심한 설계" = 이동희 경찰대 교수는 "자치경찰제는 여러 가지 외국 모델이 있지만, 이번에 나온 권고안은 국가경찰을 근간으로 하되 자치경찰이 이를 보완하는 유럽식 모델에 가깝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과거 일본은 국가경찰 체제에서 1600여 개 기초단위 자치경찰로 쪼개지면서 지역별 치안서비스의 불균형 문제 이외에도 자치단체장이나 지역세력의 영향력으로 인한 불공정한 경찰권 행사가 문제되기도 했다. 자치경찰권 행사에 중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이라는 명분 아래 자치단체장이 행정권에 이어 경찰권마저 실질적으로 장악할 우려가 있으므로 자치경찰권 행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이 교수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업무 배분을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권고안이 큰 틀에서 국가사무와 자치경찰 사무를 나누었지만, 업무의 중첩성이 있는 만큼 구체적인 도입 단계에서는 설계를 보다 꼼꼼하게 해야 한다"며 "공무집행 방해 범죄, 음주운전자, 학교폭력·가정폭력·성폭력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자치경찰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권한 충돌이나 관할 주장, 또는 업무기피 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어떻게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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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배분·시민 협조 필수" = 김진혁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한국공안행정학회장)는 '국가경찰'의 고정된 틀로 자치경찰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가경찰도, 자치경찰도 한쪽만 최고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두 제도가 장·단점을 상호 보완·흡수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우리나라는 자치경찰이 발달한 미국이나 영국처럼 지방자치 역사가 그리 길지 않고 활성화도 덜 됐다. 기초자치단위까지 바로 국가경찰 권한을 인위적으로 넘기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중간 단계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권고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자치경찰이 도입된다고 무조건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자치경찰이 뿌리내리려면 시민이 국가경찰 때보다 더 나은 치안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 아래 업무 배분과 시민 협조가 필수"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시민이 다양한 경찰 기능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경찰의 기본 기능은 '공공안녕과 질서유지'이다. 하지만, 시민은 범죄 발생이나 사고 발생 이후 대처하는 경찰 역할에 강조점을 두는 게 사실이다"며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경찰 기본 기능 가운데 또 다른 절반은 사전 예방 기능이다. 경찰 업무는 위험 예방 업무와 제거 업무가 동등한 비율을 갖고 있다. 자치경찰은 시민들이 요구하는 지역 치안 문제를 예방적 차원에서 요구하고, 시민 통제를 받는 제도다. 국가경찰의 고정된 틀로 자치경찰을 바라보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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