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젊은이 중심 콘서트로 새해 열어
산골서 피어나는 노래·웃음 영원하길

지난 2일 토기장이의 집에서는 '청춘콘서트 모락모락'으로 새해를 열었다. 콘서트 이름을 정하기 쉽지 않았다. '생명의 기운이, 평화의 온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를. 모락모락 피어난 우리의 평화가 너에게 닿기를'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현실은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라 하지만 그럼에도 더불어 부르는 평화의 노랫소리가 멈추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청춘콘서트 모락모락'은 시골살이를 하는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무대를 꾸몄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고,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연주와 노래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청춘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에 남원, 산청, 고흥에 사는 친구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주었다. 젊은이가 귀한 산골 마을에서 청년 여럿이 모여 함께 콘서트를 준비하는 모습만으로 감동이 되었다.

콘서트 날에는 오카리나, 기타, 바이올린 다양한 악기 연주와 자기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삶이 담긴 가사는 잔잔한 울림이 되어 다가왔다. 함께 화음을 맞추어 부르는 노랫소리가 고요한 산골마을에 가득 채워진 밤이었다. 젊은이들의 노래와 목소리에서 그들이 내고 싶은 소리와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회는 즐겁게 잘 마쳤다. 젊은이들을 응원하고 함께하고픈 발걸음이 가득 메워져 앉을 자리도 모자랐다. 이렇게 많은 마음이 모였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자리가 불편해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음악회를 마치고 뒤풀이를 했다. 청년들은 공연도 좋았지만 준비하면서 함께 음을 맞추고 소통하는 과정이 더 행복했다고 한다. 보암직한 성과(결과)도 중요하지만 투박하고, 서툴렀던 과정이 주는 기쁨이 더 컸던 시간이다.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당위에서 벗어나, 스스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모일 때, 그 순간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다.

이번 콘서트는 시골에서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자기 색깔과 향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도시로 가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하는 틀 안에서 벗어나 시골에서도 충분히 나를 풍요롭게 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경험해 보지도 않고 무조건 도시를 선택하기보다 다양한 자리에서 미처 몰랐던 '나'를 돌아보고, 자신이 살아갈 길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노인들만 남게 된 시골 마을이 점점 무너져 가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보다 입학하는 아이들이 턱없이 적다. 최근 저출산 문제로 대두한 인구쇼크 시나리오를 봐도 이제 30년 후에는 합천군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마을이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젊은이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일은 너무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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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콘서트를 함께 준비하면서 어른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공간, 마음껏 시도하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도 토기장이의 집에서는 청춘마을공동체를 꿈꾸며 소소한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산골마을에 청춘들이 부르는 노래와 웃음소리로 우리에게 평화로운 기운이 넘쳐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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