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함박눈 도로 곳곳 정체·시내버스 운행 중단
제설 작업·경찰 배치도 늦어…시민 "문제 되풀이"

1시간에 고작 2㎝ 내린 눈에 창원 도로 곳곳이 마비됐다. 3년 전과 같이 우왕좌왕하는 일은 되풀이됐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가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창원기상대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 18분부터 10시까지 창원(북창원 기준)에 2㎝ 눈이 쌓였다. 오랜만에 내리는 눈에 반가운 마음도 잠시 이내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오전 한때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는 '창원 날씨'가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멈춘 차량에 불편, 통행 시작되자 정체 = 눈 때문에 멈춰선 차량으로 시민 불편이 이어졌고, 통행이 시작되자 정체가 발생했다.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주민자치센터 맞은편 정류소에는 오전 9시 10분부터 50분까지 시내버스가 오지 않았다. 버스정보시스템에는 '잠시 후 도착'이라고 표기돼 많은 시민이 버스를 기다렸다. 창원시가 발송한 '시내버스 일시 중지' 문자를 받고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의창구 동읍 덕산삼거리에서도 시민이 2시간 넘도록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경남도는 9시 35분에야 '눈길 미끄럼 등 통행안전 유의' 긴급 재난문자를 보냈고, 창원시는 9시 48분께 창원 시내버스 운행 일시 중지·지체를 알렸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마산회원구 내서읍 숲속마을 주공아파트에서는 한 시민이 지하주차장에서 오르막길에 쌓인 눈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해 운전을 포기했다. 오전 10시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사거리 가파른 도로에서는 택시 등 차량이 뒤엉켜 접촉사고가 났다. 창원소방본부는 이날 교통사고 4건, 눈길 넘어진 사고 19건 등 신고를 받고 출동해 부상자 21명을 병원으로 옮겼다.

오전 10시 눈이 그칠 때쯤 마산합포구 고운로, 마산회원구 북성로·삼호로, 의창구 의창대로, 성산구 원이대로 등 곳곳에서 정체가 극심하다는 시민 제보가 잇따랐다.

야간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이희철(33) 씨는 "내서읍으로 가는 도로 체증이 심했지만 경찰 통제 하나 없어 매우 답답했다"고 했다. 의창구 북면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박모(34) 씨는 "오전 8~10시 아이들이 등원하는데, 교사마저 출근을 못했다"고 전했다.

눈길 도로서 '쾅쾅' 1시간가량 눈이 내린 10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사거리 일대 도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날 눈길에 미끄러져 접촉사고를 낸 자동차 10여 대가 서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눈만 내리면…언제 고쳐지나?" = 적은 눈이 내렸는데도 도로 마비와 혼란에 빠지자 시민은 자치단체 준비 부족을 성토했다.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고, 지난 2014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2월 8일 새벽부터 창원지역에 눈이 내려 3㎝가량 쌓였다. 이날 아침 출근길 도로 곳곳에서 마비와 정체가 이어졌다. 버스 승강장에는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이 줄을 섰고, 차량 미끄럼 사고가 빈번했다. 몇몇 운전자는 아예 차를 갓길에 세우고 출근했다. 특히 도심 마비로 차량 진입도 정체돼 창원터널과 안민터널을 이용하는 시민 피해가 컸다. 당시 창원시 제설차마저도 발이묶여 무용지물이었다.

10일 오전, 3년 전 상황은 그대로 되풀이됐다. 부산지방기상청은 지난 9일 오후 4시 30분 "경남 내륙에는 아침까지 눈이 내리다가 오전까지 눈이 날리겠다"며 예상 적설량 2~5㎝, 강우량 5㎝ 내외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눈이 내린 이날 오전 제설 작업은 늦었고, 차량 정체가 극심한데도 경찰도 배치돼 있지 않았다

고정석 부산기상청 예보과장은 "자치단체 시스템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카테고리에 해당하지 않으면, 즉 주의보나 경보 등 예비특보가 아니면 크게 대응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예보가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는데도 시내버스 운행 차질을 빚자 창원시와 시내버스 업체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전광재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버스지부 사무국장은 "이 정도 눈에 시내버스가 못 다닐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며 "시내버스마다 스노체인 등 월동장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버스 업체·기사에 책임을 돌리지 말고, 창원시가 책임지고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스노체인은 눈이 10~15㎝ 정도 쌓여야 효과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체인이 터지기 때문에 제설작업을 위주로 했다"며 "실제 체인을 갖추지 않았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고 앞으로 상황 대비를 위해 전수 조사, 교육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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