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 경제·지역색 실종 상황 심각
국가경쟁력 위해서도 꼭 이뤄야할 과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가 지방분권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경남은 다른 광역단체에 비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방분권 관련 논의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다가올 지방선거에 맞추어서 지방분권 개헌도 같이 할 수 있도록 서두르는 모양새이고 도지사 시절 지방분권을 한사코 외면했던 홍준표 대표의 한국당은 한쪽으로 기운 국민 지지도가 부담스러운지 반대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그러나 정부 편이거나 야당 편을 떠나서 지방분권은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될 국가적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최근 보도된 경남 건설업의 소재지 수주율은 올 3분기까지가 58% 수준이었고 작년은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홍준표 도정시절 도내 건설업체들의 불만도 그만큼 높았다.

소재지 업체들이 죽을 쑤는 사이 서울과 수도권 업체들은 지방 공사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여 300%가 넘는 수주율을 보였다.

이마트의 공격적인 도내 시장 진출도 심각하게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했다. 경쟁사회에서 비교우위와 경쟁력이 있는 업체가 시장을 차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지방분권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런 일방적인 형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가 수도권 중심으로 굴러가는 문제는 지역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심각한 것이다. 고용과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이는 곧 지역 경제와 사회 전체가 위협받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면 결국 지역은 미래를 잃게 되고 고사 지경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중앙이 좌지우지하는 지역정치도 겉모양은 멀쩡해 보일지 모르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아 있다. 끊임없이 터지는 낯부끄러운 자치단체 의원들의 한심한 작태는 중앙정치의 무분별한 공천권 행사가 근본 원인이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지역색의 실종이다. 지역색은 지역 경쟁력의 근간이다. 그러나 서울과 중앙 중심 문화가 너무 오래도록 우리 사회를 지배하다 보니 모든 지역은 한 가지 색으로만 칠해지고 있다. 도를 경계로 확연히 달랐던 사투리도 거의 들을 수 없고 다른 지역을 여행해도 특별히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단순해지고 그만큼 사회 다양성에 대응을 할 수 없게 되고 미래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다. 경남 청소년들에게 경남과 다른 지역의 차이를 말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지방분권은 지방끼리 문을 닫고 자기들끼리 사는 개념이 아니다. 스스로 살 권리를 돌려주고 그 책임을 지는 것이다. 경계적 개념이 전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등 돌리고 배타적으로 살자는 것도 아니다.

지역 경쟁력은 유지하는 비용이 너무 크게 드는 수도권의 경쟁력에도 이로움을 준다. 지방분권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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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국가 경영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여당은 자아 도취하여 밀어붙여서는 안 되며 반대 측 또한 국면 전환 때까지 버틸 일이 아니다. 명분과 명확한 정책적 대안 제시도 하지 않으면서 네가 하니 반대라는 식은 더 이상 국민에게 통하지도 않는다. 너무 늦기 전에 변화해야 하고 그 시작은 지방분권이다.

우리 사회 도처에는 중앙 집중 탓인 폐해가 너무나 많다. 이러니 지방자치 20년이 넘었어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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