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토마토·부추작년보다 25∼40% 하락
농민 생존권 보장 호소"근본적 대책 마련 절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과 과잉 생산으로 시설하우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농민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시설하우스 청양고추는 12월부터 2월에 연중 가장 높은 가격을 받는다. 그럼에도, 올 1월 현재 가격이 내려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청양고추뿐 아니라 풋고추, 토마토, 파프리카, 부추 등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40%까지 폭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청양고추 10㎏ 가격은 지난해 1월 4만 6180원에서 올 1월 3만 4800원으로 25% 떨어졌다. 지난 2015년 가격(11만 8162원)과 비교하면 7만 원 이상 폭락한 것이다. 풋고추(10㎏)도 1년 사이 6만 8880원에서 38% 떨어진 4만 2600원, 토마토(10㎏)는 36% 떨어진 1만 5700원, 부추(500g)는 40% 하락한 1559원을 기록하는 등 시설하우스 농산물 가격 하락폭이 크다.

더욱이 청양고추 가격 폭락으로 대량 폐기 사태를 빚었던 지난해 3월 가격(2만 3000∼2만 5000원)에 가까워지고 있어 농민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당시 농민들은 청양고추 밭을 갈아엎기도 했다. 또 진주와 밀양 등 청양고추 주산지 농협은 ㎏당 1209원 정부지원금으로 모두 140t을 폐기 처분하기도 했다.

9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시설하우스 재배 농민이 농산물 가격폭락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이 같은 가격 폭락에 대해 경남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격 폭락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수급 조절이다. 대체 품목은 늘어가는데 귀농인구도 급증하면서 생산량과 생산면적이 늘어나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열악해지자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9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겨울철 시설하우스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농민의 생존권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시설하우스 농산물 가격이 급락해 농민의 생존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농산물 가격 폭락은 농민 파산, 농촌 괴멸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출하 초기인 12월부터 생산원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출하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가격하락을 잡지 못한다면 농산물 가격은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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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나서 수급 안정대책을 논의하고 행정·자금 지원, 수급 조절 등 대책을 마련해 농산물 가격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농민들은 "정부가 장기 농산물 수급 안정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농산물 가격하락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경남도와 농협중앙회도 시설하우스 농가 소득을 보장하고 수급 조절을 위한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추재배를 하는 김현석 씨는 "시설하우스 한 동을 유지하는 데 1년에 4000만~5000만 원이 들어간다. 2016년만 해도 1월 청양고추 가격(10㎏)은 11만 원을 웃돌았다. 적어도 1월 가격이 10㎏당 6만 원은 유지돼야 공급량이 늘어나는 3월을 대비해 적자를 안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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