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표 경남지방경찰청장이 한 여경이 '성추행 신고를 도왔다고 음해당했다'며 김해서부경찰서 앞에서 벌인 1인 시위와 관련해 경찰청 감사관실에 정식 감찰을 요청했다. 또 해당 여경이 원하면 이 청장이 직접 면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태규 경남경찰청 홍보담당관은 9일 경남청 기자실 브리핑에서 "이번 문제와 관련해 이용표 경남청장이 오늘 오전 경찰청 감사관실에 직접 전화를 해 감찰 요청을 했다"며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경찰청 감찰팀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조사가 시작되면 이번 건과 관련해서 전반적인 과정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담당관은 경찰청 감찰 요구에 대해 "여경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객관성을 담보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오늘 중으로 해당 여경이 근무하는 경찰서장이 이 여경을 만날 예정이다. 경남청장 면담도 원하는지도 물어보고, 원하면 청장이 내일 오전 중으로 해당 여경을 직접 만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청장이 이번 1인 시위를 계기로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관련 예방대책 수립과 내부 고발자 보호 대책도 서둘러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1인 시위를 한 ㄱ 경위는 도내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ㄱ 씨는 8일에 이어 9일 아침에도 김해서부서 정문 앞에서 '성범죄·갑질 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ㄱ 씨는 지난해 상반기에 김해서부서 한 지구대에 함께 근무한 후배 여경의 직장 내 상습 성추행 사건을 알고 피해 여경이 청문감사실에 성추행을 신고하는 것을 도와줬다. 당시 피해 여경은 수습기간이었고, ㄱ 씨는 피해 여경의 멘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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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경남 김해서부경찰서 앞에서 현직 여경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징계를 받은 상사는 ㄱ 씨가 당시 근무 중에 방치차량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워 직무유기로 경찰서 수사과에 고발했다. ㄱ 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에도 ㄱ 씨는 "당시 지구대장이 저에게 '너 때문에 경찰서 치안성과 꼴찌 된다, 너 때문에 피해 여경 조사받게 돼 2차 피해 입는다'며 책임을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ㄱ 씨는 또 지구대장이 피해 여경을 도운 사람이 누구인지 공개했고, ㄱ 씨가 처리한 112신고 건을 약점으로 삼아 '너 이거 언론에 터트려 줄까'라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남청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당시 성희롱과 출동누락과 관련해 해당 관계자들이 징계를 받고 다른 곳으로 발령 나는 등 이미 조사가 끝났다"며 "다만, 현재 ㄱ 씨가 새롭게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여성회 등 김해시 직장내 성희롱예방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2시 경남경찰청 앞에서 '경찰서 내 직장내성희롱사건 처리 시스템을 철저히 마련'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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