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신청, 당내 "졸장부 꼼수…보신주의"
노동당 "경남도지사 출마하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공모에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으로부터 조롱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 대표는 보수의 지역 기반인 대구·경북(TK)지역 안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 중이나 여론은 싸늘하다. 당장 당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친박(親朴) 청산, 당무감사 후폭풍으로 가뜩이나 당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 내린 결정이라 포화는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친박계 김태흠 당 최고위원은 8일 입장문을 내고 "홍 대표의 대구 셀프 입성에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 대표라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험지를 택해 희생과 헌신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텃밭 대구에 셀프 입성하겠다는 거 아니냐"면서 "당 대표라면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낙동강 전선 사수작전이 아닌 인천 상륙작전을 도모해 전세 반전을 꾀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홍 대표가) 누구라도 원하는 당의 텃밭 대구에 안주하겠다는 건 당 지지 기반 확장 포기와 다름없다"며 "이렇게 해서 인재영입이 가능하겠는가. 당의 구성원들에게 희생과 헌신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지난해 말 당무감사 결과 부산 북·강서갑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한 박민식 전 의원도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대표 대구행은 보수주의 대신 '보신주의'를 택한 것으로 한심하고 창피하고 민망하다"며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신청 즉시 철회를 주장했다. 그는 "솔선수범해야 할 당 대표가 제 한 몸 챙기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전형적인 기득권이자 웰빙 작태", "후안무치하게 나 홀로 꽃길", "대장부가 아닌 졸장부의 약아빠진 꼼수" 등 격한 표현을 써가며 홍 대표를 비난했다.

도백을 지낸 홍 대표의 격(格) 떨어지는 선택은 도민 자존심도 구긴 모양새다. 이 탓에 차라리 경남도지사 선거에 재출마해 깨끗하게 도민의 심판을 받으라는 말까지 나왔다.

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안혜린)은 8일 논평을 내고 "홍 대표 대구 북구 을 당협위원장 신청은 차기 총선 당선 가능성만 염두에 둔 비겁한 결정"이라며 "한마디로 정치 생명 연장만 노린 노추(老醜)"라고 지적했다. 도당은 이어 "대선 후보까지 나온 지도자급 정치인으로서는 부끄러운 행동"이라며 "자신의 말대로 정말 보수를 재건하고자 한다면 앞장서서 험지(險地)로 뛰어들라"고 제안했다.

도당은 지난해 12월 낸 논평에서도 홍 대표에게 "제1야당 대표 격에 맞게 서울시장에 출마해 심판을 받아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장 출마가 정 어렵다면 차라리 한국당 입장에서 반드시 수성해야 하고, 또 본인의 치적이 고스란히 남은 경남도지사에 다시 나와 도민 심판을 받으라"면서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대표인 당과 본인의 치적을 증명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도당은 끝으로 "그 평가 결과가 도지사 낙선으로 나오면 더는 노욕을 버리고 정계를 은퇴하는 게 마땅할 것"이라면서 "홍 대표 정치 인생 종착역이 대구가 아닌 경남도지사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날 대구·경북(TK)발 선거 동남풍을 일으키겠다며 한국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신년인사회 참석을 시작으로 권역별 전국 순회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