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에도 떠올리는 그의 이름
시인 삶·문학세계 재조명
유고시집 초판본·노트 등 귀중한 자료 전시로 '눈길'

일제에 조국이 고통 받는 암흑의 시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청년. 나라를 빼앗긴 설움과 번민을 시로 풀어내 일제에 저항한다.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고자 했던 그는 결국 일본 형무소에서 모진 고문과 고통을 받으며 29살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가 남긴 주옥같은 시들에 투영된 '부끄러움'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성찰로 일본에 저항했던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다. 지난 2017년은 그가 세상에 나온 지 100주년이 되던 해로, 12월 30일은 윤동주가 태어난 날이다. 이를 기념한 특별기획전이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시' 주제로 마산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도 꼽히는 윤동주는 <서시>, <별 헤는 밤>, <쉽게 씌어진 시>, <자화상> 등 주옥같은 시를 남겼다.

이번 기획전시회에서는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윤동주의 삶과 문학세계를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마산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윤동주 10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에서 최광석 학예사가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정민 기자

윤동주는 생전에 시집을 낸 적도 문단활동을 한 적도 없다.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펴내고자 했던 자선시집은 일본의 검열이 거세던 시절, 신변을 걱정한 주변인의 만류로 출간을 미루게 됐다. 이때 내놓지 못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가 생을 마감하고 3년이 지난 1948년에야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윤동주와 생전에 긴밀한 관계였던 정병욱이 자필 원고를 보관하고 있다가 해방 후 유작 시를 모아 펴냈다.

기획전에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을 비롯해, 1948년에 나온 간행본, 1955년에 출간한 증보판과 문고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육필 자선시집 표지와 윤동주의 첫 번째 시작 노트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 두 번째 원고 노트 <창> 등 귀중한 자료도 전시돼 관람객들 관심을 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이후 나온 윤동주 시집도 전시장에 놓여 시대별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시중에 나온 다양한 윤동주 평전과 문예지도 볼거리를 더한다.

베트남, 스페인, 프랑스, 중국, 러시아어로 번역돼 외국에서 출간된 작품집 또한 만날 수 있다.

사진 위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증보판(1955년), 아래는 윤동주의 첫 번째 시작노트(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

윤동주가 생전에 좋아했던 백석, 정지용, 한용운 시인의 작품도 애장서 코너에 놓여 있다.

이 밖에도 숭실학교,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시절과 일본 유학을 하던 당시 윤동주 모습을 담은 사진이 윤동주 시편과 함께 어우러져 벽면을 장식했다. 일제 감시를 피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육필시집을 숨겨둔 전남 광양 망덕포구 정병욱 생가 모습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광석 마산문학관 학예사는 "한국 문학번역원과 윤동주 자료를 소장한 이들 도움으로 전시를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 특별기획전시를 통해서 민족시인 윤동주의 문학적 향취에 빠져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문의 055-225-7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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