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망 내 청춘이 렌즈에 담아
셀카봉에서 스튜디오까지
SNS 힘입어 유행한 셀피
아름다움 찍고 싶은 욕구
적극적인 자기표현 담겨
창원문화재단 전시회
현실과 내면 세계 들춰

유명 여배우가 나오는 TV 카메라 광고 속 말 "내가 정말 찍고 싶은 사진은 도시 저편, 해가 지는 하늘, 붉게 물든 다리… 덕분에 빛나는 기승전 결국 내 사진." 2013년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던 셀피(Selfie·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찍는 사진을 의미)의 파급력은 2018년 현재에도 여전하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찍고 싶은 개인의 욕망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힘입어 '인증샷', '인생샷', '인생사진'처럼 또 다른 신조어와 유행을 낳고 있다.

◇손쉽게 소비되는 셀피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말하는 셀피,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셀카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한몫한다. 단순히 휴대전화를 지탱하는 막대기였던 '셀카봉'은 점점 진화해 조명과 강풍기가 달렸고 이를 넘어서 '셀카용 드론'이 등장했다.

시장은 더 발 빠르게 움직인다.

셀피이지만 자신이 직접 찍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는 인생사진기계를 만들어냈다.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업셋프레스 안지미x이부록 작 '워바타 스티커 파병 추신 P.S.SP'

소비자에게 더 예뻐질 수 있다고 유혹하고 창업자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소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이는 잘 맞아떨어졌다. 최근 인생사진기계를 길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기계는 4000원을 내면 5분도 채 안 돼 사진을 출력한다. 한 때 모든 거리를 휩쓸었던 '스티커사진'처럼 작은 부스 안에 들어가 모니터의 카메라를 응시해 찍는 방식이다. 배경색과 디자인을 선택하면 곧바로 인화돼 나온다. 여기에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메시지로 사진을 전송해준다.

이는 곧바로 '#인생사진'으로 태그되어 SNS로 전파된다. 또 대놓고 셀프스튜디오를 만들어 '인생사진관'을 내건 곳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인생사진관에 많은 인파가 모였다. 이들은 다양한 콘셉트별로 조명과 카메라가 모두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했다. 몇백 장의 사진을 찍는 데 2만 원이라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인생사진관은 현재 인천과 고양, 전주 등에 상설매장으로 들어서 있다.

◇#전시 #인증샷 #셀스타그램

이러한 셀피 문화가 미술관에도 들어섰다.

창원문화재단이 오는 10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셀피_나를 찍는 사람들'전을 연다. 9개 팀의 미디어, 인터랙티브 작품, 자화상 사진관, 셀피 아카이브로 구성된 전시는 셀피의 이면을 들춘다.

스스로를 가상의 세계에 고립시키는 현대인의 초상을 보여주고 개개인의 욕망이 타인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는지 묻는다. 김가람, 신남전기, 김창겸, 한경우 등 참여 작가들은 다양한 작품 앞에서 관객이 자신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외형적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도록 한다. 나아가 휴대전화 속, SNS 세상이 아닌 현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라고 말한다.

▲ 올리비아 무스 작 '뮤지엄 오브 셀피 프로젝트'

특히 물나무사진관의 '자화상 사진관'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게 한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아에 대해 사유하고 성찰해 보는 사진관이다. 자신을 스스로 대상물로 여기고 피사체와 교감할 수 있다.

또 셀피 아카이브 '#스토리 오브 셀피(Story of Selfie)'를 볼 수 있다. 셀피의 역사부터 각종 설문과 통계, 애니메이션,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영상, 이미지가 준비되어 있다.

조미정 창원문화재단 담당자는 "셀피 현상에 주목해 21세기형 현대인의 정체성이 과거와 어떻게 다르게 반영되는지 볼 수 있다. 또 개인적이지만 적극적인 자기표현 행위가 만들어낸 거대한 사회현상의 실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창원문화재단과 사비나미술관이 주최·주관했고 물나무사진관과 올리비아무스가 협력했다.

3월 4일까지. 입장료 5000원. 문의 055-719-7832.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생사진기계.

◇당신은 오늘도 셀피를 찍었나요?

만약 그렇다면 셀피 강박증을 의심해보자. 지난해 발표된 영국 노팅엄트렌트 대학·인도 티아가라자르 경영대학원 공동연구팀의 '셀피티스 행동 등급'을 살펴보면 셀피 촬영 횟수 등 점수에 따라 경계, 심각, 만성 등 3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질문마다 매우 긍정을 5점씩, 0~33점 : 경계, 34~67점 : 심각, 68~100점 : 만성)

1 셀피는 내 주위 환경을 잘 즐길 수 있어 기분을 좋게 해준다

2 셀피를 찍어 공유하는 것은 친구·동료와 건강한 경쟁을 만든다

3 SNS에 내 셀피를 공유해 많은 관심을 받는다

4 셀피 찍기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5 셀피 찍을 때 자신감을 느낀다

6 셀피를 찍어 SNS에 공유할 때 또래 집단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는다

7 셀피를 통해 내 환경 속의 나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다

8 다른 셀피 포즈는 내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9 SNS에 셀피를 올릴 때 더 인기가 있음을 느낀다

10 셀피를 더 많이 찍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함을 느낀다

11 셀피를 찍을 때 스스로 더 긍정적이 된다

12 셀피 포스팅을 통해 내 또래 집단의 강한 멤버가 된다

13 셀피 촬영은 행사와 경험에 대한 더 좋은 기억을 준다

14 '좋아요'와 댓글을 더 많이 얻으려고 자주 셀피를 올린다

15 셀피를 올리면 친구들이 나를 평가할 것이라 기대한다

16 셀피 촬영은 곧바로 내 기분을 바꾼다

17 자신감을 높이려고 더 많은 셀피를 찍고 남몰래 본다

18 셀피를 찍지 않을 때 또래 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19 미래의 추억을 위한 트로피로 셀피를 찍는다

20 셀피가 다른 사람보다 더 좋아 보이려고 사진 편집도구를 사용한다

김가람 작 '#SELSTAR'(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에서 사진을 찍는 관람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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