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권기 두고 직원 최소화, 식당·세탁편의점도 등장…주인 "기계 도입 더 유리"

외근이 잦은 회사원 신장호(가명·32) 씨는 혼자 점심 먹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럴 때면 회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무인 식당을 찾는다.

신 씨는 "혼밥족이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혼자 식당에 들어서면 눈치가 보인다. 무인발권기로 주문하면 '몇 명이 왔느냐'는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되고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밥을 먹을 수 있다"고 무인 식당을 찾는 이유를 말했다.

이처럼 최근 무인발권기로 음식을 주문하는 식당과 100%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가게가 늘고 있다. 주인은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특히 최저 시급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무인 가게가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16.4% 인상된 지 일주일이 된 7일 시민들이 서울시내 무인편의점(왼쪽 사진)과 셀프주유소를 이용하고 있다. 새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라 인건비가 상승하자 최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 무인주문기 도입 매장이 확대되고 점원이 아예 없는 무인편의점과 무인주유소도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식당·사격장·빨래방 등 다양 = 최근 경기침체와 함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최소화하는 가게가 뜨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ㅂ' 식당에 들어서면 입구에 무인발권기가 있다. 이곳에서 원하는 식사메뉴와 음료를 선택하고 카드로 결제하면 교환권이 출력된다. 이후 과정은 푸드코트와 같다.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은 후 전광판에서 주문번호를 확인하고, 교환권을 들고 가 음식을 받아오면 된다. 음식을 다 먹은 후에는 퇴식구에 직접 반납하면 된다.

이 식당은 자리마다 콘센트를 갖추고 있어 편리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평일 점심때면 자리가 꽉 찰 정도다. 이곳 외에도 창원지역에 비슷한 형태의 식당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100%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가게도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동전(코인) 노래방, 셀프빨래방과 함께 최근 2년 전부터 유행한 인형뽑기방, 무인 사격장 등이 대표적이다.

'인형 뽑기' 붐이 일었던 지난해 초 창원지역에만 뽑기방 60여 곳이 생겼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뽑기방과 동전노래방은 각각 수천 곳으로 알려졌다.

셀프빨래방은 세탁기와 건조기만 설치하면 24시간 무인 영업이 가능하다. 셀프빨래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고객이 매장 캐비닛에 빨랫감을 넣어두면 직원이 세탁 후 캐비닛에 넣어두는 '무인 세탁편의점'도 나왔다.

자판기도 진화했다. 꽃 자판기와 사진 자판기, 구급약 자판기 등 사람이 필요 없는 창업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대형유통업체와 패스트푸드점, 영화관 등에서 무인 단말기와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 시스템)는 활성화된 지 오래다.

◇풀타임 직원보다 아르바이트생 채용 = 무인발권기를 설치한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ㅇ' 음식점은 주방 직원 두 명이 전부다. 음식점 관계자는 "기계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인건비는 매년 오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계를 도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거나 적당한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다른 식당 같은 메뉴보다 가격이 1000~2000원 저렴한 이유도 인건비 부담을 줄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풀타임 직원보다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는 분위기다. 창원 진해구 한 24시 셀프빨래방은 손님이 몰리는 저녁 피크 시간대에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다. 직원을 두는 것보다 시급을 더 주더라도 2~3시간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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