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자치경찰제 (1) 어떻게 바뀌나
지자체장, 인사권 행사, 권한 남용·과잉충성 우려
"내·외부 견제 장치 필요"…5개 시·도서 시범운영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7조 제1항입니다. 자치경찰제도는 헌법적 가치에 근거한 지방자치제 완성을 위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분권 및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12조 제3항은 "국가는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지역특성에 적합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자치경찰제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의무사항으로 명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경남도민의 삶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세 차례에 걸쳐 '자치경찰제'를 짚는 까닭입니다.

◇자치경찰제, 정권마다 '단골 메뉴' = 우리나라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건 1991년이다.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자치경찰 도입을 위해 갖가지 모형이 검토됐다.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일본식 자치경찰제 모형과 유사한 경찰위원회 중심의 자치경찰제 시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재정 편차 등 현실적인 여건으로 말미암아 시행이 유보됐다.

2004년 '참여정부' 때는 지방분권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자치경찰제 도입이 더 가시화됐다. 당시 정부는 기존 국가경찰체제를 유지하면서 희망하는 시·군·구에 자치경찰 조직 신설을 골자로 하는 자치경찰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하다 폐기됐다. 그럼에도, 2006년 7월 제주도에 한정해 참여정부 모형과 비슷한 자치경찰 조직을 설치하도록 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에 자치경찰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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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희망 시·군·구에 선택적으로 자치경찰을 설치하는 방안이 준비됐지만, 행정체제 개편과 탄핵정국으로 말미암아 입법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촛불혁명의 성과로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부 100대 과제'에 '광역단위 자치경찰 전국 확대'가 포함됐다. 이후 경찰개혁위원회는 지금까지 전국 4개 권역별 현장간담회와 세 차례에 걸쳐 법학·행정학 등 관계분야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11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 권고안'을 마련했다.

◇경찰개혁위 권고안 내용은 =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는 민생·분권·인권 중심으로 국민에게 지역 특성에 맞는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전국 시·도에 시·도지사 소속으로 하는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 주요 정책과 업무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설치된다.

시·도 소속인 자치경찰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시·도지사가 행사한다. 권고안에는 자치경찰본부장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자치경찰위가 3배수 후보자를 먼저 추천하고 그중에서 시·도지사가 한 사람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내부 임용 외에도 개방직으로 본부장 후보를 넓혔다. 자치경찰위는 자치단체장과 시·도의회 등 추천을 받아 9~15인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인 사항은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다만, △당원이나 지방의회 의원 △경찰 퇴직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위원이 될 수 없다.

자치경찰제 사무는 보안과 외사(외국 공조수사 담당) 등 국가사무와 전국적 규모나 통일적 처리가 필요한 사무, 고도의 통합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무를 빼고는 자치경찰 사무로 규정했다. △주민 생활안전 △지역 교통 △공공시설과 지역 행사장 등 지역 경비 등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무집행 방해 범죄, 음주운전자, 학교폭력·가정폭력·성폭력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자치경찰 몫이다.

현재 전국 252개 경찰서에 근무하는 직원은 11만 7800여 명, 경남 23개 경찰서에서 66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경찰 인력 50%가 시민 생활안전 관련 부서에 배치된 만큼 경찰개혁위 권고안대로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더라도 기존 국가경찰에 배치된 인력이 모두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경남 내부의 변화를 예상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노조 등 내부 견제장치 필요 = 하지만, 자치경찰제 도입을 마냥 좋게만 바라볼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자치단체장이 행정권에 이어 경찰권마저 손에 쥐는 상황이므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근창 ‘폴네티앙’(경찰 온라인 커뮤니티) 회장은 “단체장이 경찰권마저 쥐게 된다면 정적 제거 등 경찰력을 부당하게 사용할 우려가 있고, 경찰도 단체장에게 충성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직장협의회나 노조가 필요하다. 시민이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해 외부통제하는 것과 함께 노조 설립 등으로 내부통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고안은 권고안일 뿐이다. 게다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없이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자치경찰을 관할하는 광역자치단체장까지 검찰 지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수사권 조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경찰개혁위는 올해 상반기에 자치경찰법 초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곧 ‘자치경찰 및 분권 추진단’을 꾸릴 예정이다.

정부는 자치경찰제 시행 초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서울시, 제주도, 세종시 외에 광역시 1곳과 도 1곳 등 모두 5개 시·도에서 먼저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나서 문제점을 개선·보완한 후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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