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리콜(Recall) 지방선거 (2) 내 삶을 바꾼 생활정치
무상급식 조례 등 경남서 시작…기득권 타파·전국 이슈로 부각
지방정치 '일당 독점'부작용에 지역 밀착형 참여·비판도 실종

생활정치(生活政治)는 정식으로 국어사전에 등재된 어휘는 아니다. '생활 속의 정치' 혹은 '사람들의 정치의식 향상에 따른 일상생활 속 정치 침투' 등으로 해석될 따름이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정치, 시민의사를 최대한 수용하고 제도화하는 정당 활동을 통틀어 생활정치로 볼 수 있다. 이 '생활정치'는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널리 통용됐다. 지방자치제가 중앙집중화된 참여 과정을 분권화시키고, 자원을 분배해 생활정치 조건 마련에 이바지한 덕분이다.

◇생활정치 가로막는 보수 독점 = 하지만 시민 참여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자치제는 부작용이 많다. 지자체장들의 부정 비리, 선심성 행정과 예산 낭비, 토호들의 지방의회 진출은 지방자치에 '풀뿌리 보수주의'를 강화했다.

생활정치 기반은 마련됐으나 정작 시민들은 주체로 서지 못하고 보수적인 정당 구조가 그 기반을 독점해 온 것이다. 경남은 홍준표 도정이 들어선 이후 이 구조가 심화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결과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이 전체 55명 중 50명을 차지한 일당 독점은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기초의회도 이 같은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08년 3월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 제정을 위한 경남연대가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학교급식비 무상지원과 학교급식센터 설립을 촉구하는 경남도민 서명운동 발대식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학교 무상급식 조례 제정'은 경남의 생활정치가 지역을 넘어 국가 복지 패러다임을 바꾼 사례 중 하나다. /경남도민일보 DB

홍준표 도정은 찬반이 나뉠 것이 분명한 논쟁적인 정책 이슈로 도민을 이간질하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중앙 정치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고자 벌인 이슈 파이팅은 도민을 피로하게 했다.

도민은 홍 지사 도정과 다른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홍 전 지사는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되레 종북, 좌파, 빨갱이로 몰아세웠다. 심지어 도민을 정치적 수단화하기까지 했다.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 서명 사건이 대표적이다. 도의회는 이런 홍 전 지사에게 제대로 된 견제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때때로 도정을 비판·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마지막에는 결국 홍 전 지사 손을 들어줬다. 보수 일당 독점 구조 속에 도민 의사를 최대한 수용하고 제도화하는 지역밀착형 생활정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홍 전 지사가 한국당 대표로 있는 현 상황은 되레 생활정치의 발현보다 지방정치의 중앙 종속 우려만 더하고 있다.

◇정치다양성이 생활정치 보장 = 생활정치 실종은 경남의 정치 다양성 실종과 궤를 같이한다. 생활정치를 확대 추진할 정치 주체가 그만큼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에 놓인 점이 뼈아프다. 한데 경남에는 생활정치가 지역을 넘어 국가 복지 패러다임을 바꾼 사례가 있다. '학교 무상급식 조례 제정'이 그중 하나다.

진보정당은 생활정치 활용에 적극적이었다. 기득권 정당으로 재화와 정보 대부분이 쏠린 중앙정치권에서 이들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를 제대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은 터였다. 이들은 이에 지역에서 생활정치로 지방의제를 중앙으로 확산시키는 상향식 정치구조 실현에 애썼다.

경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학교운영위원회 조직과 참여에 힘썼다. 이들 생활공동체에서 시민이 주권 의식을 배양하고 나와 내 주변의 공적인 일에 참여하면서 사회 의제를 찾도록 하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수집돼 정책화한 의제 중 하나가 '무상급식'이었다.

도내 진보정당은 학교운영위 등에서 나온 학부모 고충을 토대로 정책 입안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간접세 비중이 매우 높은데도 이 세금이 국민 편의로 돌아가는 일은 적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를 학교 급식 지원 주체로 삼아 무상급식을 시행토록 한 조례 제정 운동에 나섰다. 이 조례를 가장 먼저 제정한 지자체가 거창군이었다. 이후 학교 무상급식은 경남을 넘어 전 국가적 의제로 확산했다. 또한 우리나라 복지를 시혜적 관점에서 보편적 관점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시민 자발적·주도적 정치주체로서 시민사회단체를 빼놓을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의 생활정치 운동도 지방정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민사회단체 121개가 모여 지난 2008년 결성한 경남등록금네트워크와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 협력해 제정한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조례'는 경남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 전국으로 확산됐다.

시민 자발적 공동체와 다양한 공간이 생활정치의 주요한 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도정치를 배제한 채 제도화되지 않은 영역에서만 생활정치를 실현·확산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이들 사례는 생활정치가 제도정치와 협력해 국민 인식과 삶을 바꾼 사례다. 6월 지방선거는 이 정치다양성을 회복해 도내 생활정치를 복원하는데도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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