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맞춤 100%를 지향하는 밥집

부모님의 '경남슈퍼'에서 이름 딴 간판 

밥집 이름이 '경남식당'이다. 주인장 박민철(43) 씨가 소중히 내건 이름이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경남은행 본점 뒤편 아주 짧은 골목, 밥집 네 곳이 모여 있다. 동네 사람들이 먹자골목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박 씨가 아내 하주영(38) 씨와 함께 지난해 2월 생고기 전문점을 내세워 이곳에 들어왔다.

"언젠가 독립을 하게 된다면 '경남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걸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이 오랫동안 구암동에서 '경남슈퍼'라는 가게를 했거든요. 경남이라는 단어가 따듯하고 포근해요. 꼭 이름을 물려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다들 촌스럽다고 하는데, 저는 정감 있고 아주 좋습니다. 또 책임감도 있고요."

그는 요리 경력 20년 된 베테랑이다. 창원 유명 뷔페 레스토랑을 섭렵했다. 독립하기 전까지도 마산에서 메인 요리사로 지냈다. 하지만 월급쟁이가 아닌 자신만의 가게를 항상 꿈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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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지볶음과 김치찌개, 밑반찬들. / 이미지 기자

"점심에는 삼겹살 안 팝니다"

석전동은 눈여겨봤던 곳이었다. 직장인이 많고 주위 아파트 단지가 있어 상권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부동산 소장이 웬만해서는 골목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요리에 자신이 없으면 더더욱. 그때 '요리 좀 합니다'라고 말했는데, 요리 하나는 자신 있죠."

박 씨는 먹자골목에서 생고기를 내걸었다. 그런데 점심때는 고기를 구울 수 없단다.

'아, 오늘은 또 뭘 먹나?' 오전 11시 35분께부터 시작되는 직장인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인근 직장인을 배려한 나머지 메인 메뉴를 포기(?)한 것이다.

그는 '아닌 음식은 절대 내지 않는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참 서툴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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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찌개. / 이미지 기자

"전 하나를 구워도 타거나 딱딱해지면 절대 내지 않았어요. 조금 느려도 다시 구웠죠. 그랬더니 점심때가 바쁜 직장인들에게 무리더라고요. 빨리빨리 회전시켜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렇지 못했죠."

그래서 박 씨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점심 특선은 공깃밥값을 따로 받지 않고, 매일 반찬 11가지를 미리 준비하고, 고기는 점심 이후에만 판매하기로 했다.

삼겹살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오후에도 업무를 봐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자칫 오래가고 무거운 고기 냄새를 배게 할까 걱정됐다. 그래서 생고기 전문점이지만 낮에는 삼겹살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생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 불맛이 가득한 낙지볶음이 메인 자리를 꿰찼다.

김치찌개·낙지볶음 점심 인기 메뉴

직장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는 김치찌개와 낙지볶음을 주문했다. 상이 차려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리에 앉으면 반찬이 하나씩 상 위에 올려지기 시작한다. 하나둘씩 놓이더니 전과 생선조림까지 포함해 총 11가지가 나왔다. 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가 거뜬한 상차림이다.

반찬만을 담당하는 주방 이모가 따로 있단다.

"요리를 20년 넘게 했지만 반찬 맛은 또 다르죠. 아낙네의 맛은 따라가기 힘들어요. 인건비가 들더라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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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지볶음. / 이미지 기자

깐깐한 그의 성격 탓에 주방 이모가 여러 번 바뀌었다고. 전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그를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 잘 맞는 이모와 함께 한 끼 식사를 뚝딱 차려내고 있다.

상위에 올려진 반찬은 그야말로 감칠맛이 뚝뚝 떨어졌다.

달콤한 연근조림, 상큼한 파래무침, 아삭한 무생채, 쫄깃한 진미채볶음까지 간장과 고춧가루, 참기름을 적절히 사용해 맛을 극대화했다. 소시지전과 생선조림도 집에서 먹던 딱 그 맛이다. 경남식당은 매일 전과 조림을 달리 낸다. 호박전과 가지전, 가자미 구이, 고등어조림 등 다양하다.

재료에 맞는 조리법으로 맛 극대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낙지볶음이 나왔다. 김이 소복하게 올려진 밥에 낙지와 양념을 잘 비벼 한 입 먹으면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낙지와 함께 입안에 불향이 가득하다. '불맛'이 붙은 이름답다. 칼칼하고 매콤한 낙지는 탱탱한 버섯과 오이, 당근과 잘 어우러졌다. 약간 맵다고 느껴질 때 콩나물국이 입속을 달래준다. 밥과 함께 나오는 콩나물국은 담백하고 시원했다.

"'2분 낙지'라는 말이 있어요. 센 불에서 2분 내로 재빨리 볶아내야 낙지와 채소가 숨이 죽지 않고 살아있거든요. 불맛도 살고요."

박 씨는 냉동 낙지로도 탱탱한 맛을 내는 비결을 설명했다.

추운 겨울,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김치찌개는 신맛 대신 김치의 아삭함이 살아 있다. 박 씨는 묵은지를 쓰지 않는다. 살짝 익은 김치를 40분 정도 볶아 낸다. 씹히는 맛을 주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주인장이 직접 발골해 지방과 살코기 비율을 적절히 맞춘 고기는 김치찌개의 꽃이었다. 고기만은 거래처를 바꾸지 말라는 손님들의 신신당부가 있을 정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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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식당을 운영하는 박민철(사진 왼쪽), 하주영 부부. / 이미지 기자

이 고기는 오후 5시 이후에야 맛볼 수 있다.

직장인 회식과 주민들 모임이 많은 저녁에는 다들 삼겹살 맛에 감탄한단다. 고기 먹은 후 된장찌개도 좋지만 김치찌개나 낙지볶음, 혹은 예약하면 먹을 수 있는 해물짬뽕탕도 인기다.

손질이 오래 걸리는 해물짬뽕탕도 경남식당이 추천하는 메뉴다. 온갖 해산물이 들어 있는 보양식인데 칼칼하면서도 깨끗한 맛을 자랑한다. 소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나는 얼큰함은 추운 겨울 제격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제대로 된 음식만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스스로 정한 규칙과 철칙을 지키는 게 힘에 부치지만 오늘도 11가지 밑반찬과 신선한 재료로 만든 메인 요리를 준비한다.

'경남식당'이라고 촘촘히 박힌 가운을 입은 박 씨, 오늘도 직장인의 허기를 달래주려 분주히 움직인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점심특선 불맛낙지볶음 9000원 △생고기 김치찌개 7000원 △칼집 생삼겹 8000원

위치: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옛2길 67-1(석전동)

전화: 055-253-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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