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대형유통업체 지역 법인화
약 40개 백화점·마트 중현지법인 단 2곳에 불과
지역자금 본사로 유출주민채용·공헌활동 소홀
광주·대구 등 현지화 성공
지역 인재 고용·업체 활용 경제활성화에 이바지 톡톡 "마음자세·책임감 남달라"

지역에 점포를 두고 있다고 모두 지역 백화점일까?

창원 대동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창원점을 비교해보자. ㈜대동백화점이 운영하는 대동백화점은 창원시 성산구에 본사를 두고 채용, 매장 입점 등 백화점 운영 사항을 직접 결정하는 창원 기업이다.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창원에 매장을 두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 인력 운용 등 주요 결정권은 롯데쇼핑㈜에 있다.

이렇듯 주요 권한은 서울에 두고 지역에서 영업만 하는 대형유통업체를 소재지에 본사를 둔 현지법인이 운영하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지역 현지법인화다.

최근 경남에서는 현지법인 롯데백화점마산㈜이 운영하던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롯데쇼핑에 흡수합병되면서 현지법인화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대동백화점.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현지법인과 지점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 한 현지법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 질문에 "지역에 대한 책임감이죠"라고 답했다.

◇지점과 현지법인 차이점 = 현지법인 대형유통업체의 가장 큰 장점은 지역 기업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현지법인은 지점과 달리 독립적 의사결정권과 권한이 지역에 있어 지역경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 가령 지역업체 납품과 판로 확대, 지역인재 채용, 협력업체 육성 등 대형유통점 운영에 필요한 요소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독립경영을 위한 조직 세분화와 규모 확대로 지역인재 정규직 일자리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점형태 유통업체는 점포를 운영할 최소 조직과 인력만 필요한 데다 관리직은 본사 인사권에 따라 결정된다. 지역인력은 현장직에 한정된다. 반면 현지법인은 인사, 기획, 행정, 고객서비스,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조직이 세분화돼 있다. 따라서 지역인재가 관리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점은 매출을 당일 본점으로 송금해 지역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며 본점 주거래 은행과 거래해 지역자금이 지역 안에서 순환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현지법인은 지역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활용, 이를 통해 매출액과 급여 등을 지역은행에 예치한다. 실제 ㈜광주신세계는 광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밖에 현지법인은 외부용역 지역업체 활용, 공익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현지법인 대형유통점 2곳 = 경남 도내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지만 현지법인이 운영하는 곳은 손에 꼽힌다.

도내 백화점은 롯데백화점 창원점, 롯데백화점 마산점,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신세계백화점 김해점, 대동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진주점, 디큐브거제백화점 등 7곳이다.

대형마트는 롯데마트 12곳(장유점, 통영점, 진해점, 양덕점, 진주점, 거제점, 마산점, 창원중앙점, 김해점, 시티세븐점, 삼계점, 웅상점), 이마트 7곳(양산점, 창원점, 김해점, 통영점, 진주점, 마산점, 사천점), 홈플러스 7곳(창원점, 김해점, 거제점, 진해점, 마산점, 진주점, 동김해점)이 있다. 이밖에 창고형 마트 이트레이더스 양산점, 롯데몰 진주점, 롯데아울렛 김해점, 롯데아울렛 진주점 등 약 40개 점포가 있다. 여기에 신세계가 스타필드 창원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어 대형유통업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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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현지에 법인을 둔 곳은 롯데백화점 마산점과 대동백화점 단 두 곳뿐이다. 이마저도 롯데백화점마산이 운영하던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오는 2월 롯데쇼핑으로 흡수합병을 앞두고 있다.

다음 달이면 대형유통업체 약 40곳 중 현지법인으로 운영하는 곳은 대동백화점 한 곳이다.

◇전국적인 현지법인화 움직임 = 현지법인화는 경남만의 이슈는 아니다. 부산, 충북, 전남 등 전국적으로 현지법인화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현지법인화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부산이다.

부산에는 세계 최대 규모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있고 롯데백화점만 5개가 있다.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현지법인화를 주장한 가운데 부산발전연구원이 2016년 12월 '대형유통점 현지법인화의 지역경제 기여도 연구' 보고서를 발표해 현지법인화에 힘을 실었다. 이 보고서는 대형유통점이 현지법인으로 전환하면 2조 9515억 원 지역경제 생산유발액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지역업체 납품 매출액 비중을 2.8%에서 10%로, 지역인력 고용 비중을 95.3%에서 100%로 달성했을 때를 가정했다. 지난해 창원 대형유통점 평균 지역용역업체 이용률 50%, 지역민 고용률이 95.4% 등인 점을 고려하면 창원지역 대형유통점 역시 현지법인화 이후 상당한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충북본부는 지난해 7월 '대형유통점 진입과 지역경제 상생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대형유통업체 소득순유출 규모가 2001~2005년 평균 4조 원에서 2011~2015년 평균 8조 원으로 2배 증가했다. 한국은행 충북본부는 "대형유통점 지점은 매출을 당일 송금해 지역 소득을 역외로 유출하지만 현지법인화하면 지역 금융기관에 자금을 예치해 자금 유입에 따른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법인 유통업체 사례 = 실제로 몇몇 지역에서는 현지법인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현지법인화 사례로 꼽히는 광주 신세계백화점은 1995년 4월 현지법인으로 설립됐다. 2006년 ㈜광주신세계라는 상호로 바꾼 후 광주 신세계백화점과 광주이마트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2015년 매출액은 광주 신세계백화점 1296억 원, 광주이마트 757억 원 등 총 2053억 원이다.

광주신세계는 '지역경제 상생', '장학사업', '문화예술지원', '사회봉사', '친환경 경영'이라는 5대 지역친화사업으로 상생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지역친화사업을 구체적인 CSR(Corporation Social Responsibility) 콘텐츠 사업으로 발전해 사회공헌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롯데몰수원점은 2014년부터 롯데수원역쇼핑타운㈜이 운영하고 있다. 롯데수원역쇼핑타운은 수원 전통시장과 상생방안을 추진하고자 2014년부터 5년간 177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2016년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를 설립해 현지법인화를 이뤘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입점을 앞두고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여는 등 지역친화 경영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15일 개점 1주년을 맞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매출은 1년 만에 6000억 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법인이 진짜 지역기업" = 유통업계는 지역 현지법인화가 어려운 이유로 '초기 투자'를 꼽는다. 신생 대형유통업체가 자생 능력을 갖출 때까지 투자가 필요한데 독립법인으로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점이 지역공헌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업계 트렌드가 '지역과 상생'이다. 현지법인이 아니라도 지역과 함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현지법인화 관련 두 가지 연구 결과를 보면 현지법인으로 전환했을 때 지방세 소득 증가액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대형유통업체가 왜 현지법인화를 해야 할까.

현지법인 ㄱ 유통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은 서울시민이 아니다. 지역민들이 이곳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월급을 받아 소비를 한다. 우리가 현지법인인지 아닌지에 관심 있는 고객들은 극히 일부다. 그러나 우리가 고객들을 대하는 마음 자세는 확실히 다르다. 지역에서 어려운 일이 일어났을 때 느끼는 책임의 무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지역에 법인을 둔 ㄴ 백화점 관계자는 "아무래도 본사에서 파견돼 당장 성과를 보여야 하는 지점장이 운영하는 백화점과 현지법인 백화점은 차이가 있다"며 "현지법인일 경우 지역업체 납품, 용역업체 활용 면에서 적극적일 수 있고, 지속적인 지역친화, 사회공헌 활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지영 경남시민주권연합 집행위원장은 "예를 들어 LH 본사가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사실 LH 하나가 들어온다고 진주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LH 주변 경제가 함께 들어오기 때문에 지역경제가 활성화하는 것이다"며 "스타필드도 마찬가지다. 현지법인으로 운영하면 여러 가지 경제가 함께 오지만 직영을 하게 되면 신세계 그룹이 운영하는 시스템을 이용하게 된다. 현지법인화가 이뤄져야 진짜 지역기업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형유통업체 현지법인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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