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결혼 가능 18세 투표권 없어, OECD회원국 중 유일
지방선거·국회의원 피선거권 만 25세…기회조차 박탈

비싼 등록금, 불안한 주거로 취업·연애·결혼·출산 포기 등 'N포 청년세대'를 위한 각종 대책은 선거 때마다 언급됐다.

하지만 날로 높아지는 청년실업, 줄어드는 출산율을 보면 앞다투어 내놓은 정책들이 과연 청년에게 실효성이 있었는지, 제대로 된 대변자는 있었는지 의문이다. 지방분권이 화두인 시점에서 '세대분권' 필요성이 떠오르는 배경이다.

◇2030 청년 대변자 없다 = 지지난해부터 이어진 촛불 현장에서는 '18세 참정권'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거권을 18세로 하향 조정하자는 것이다. 특히 청년 대변자를 위한 '피선거권 현실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1일 노동당·녹색당·민중당, 비례민주주의연대 청년위원회, 한국YMCA전국연맹 소속 청년 59명은 국회·지방의원 출마 연령을 '만 25세'로 제한한 공직선거법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년을 더이상 미성숙한 존재로 보지 말라는 의미다. 이들은 "청소년·청년은 촛불을 들고 우리 사회 모순을 이야기해왔다"며 "만 19~24세 청년이 지방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평등권·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20대 당선자'는 없다. 투표율은 20대 49.4%, 30대 49.5%로 19대 총선보다 각각 13.2%p, 6.2%p 늘었지만 당선된 20~30대 국회의원은 3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지역구는 당시 만 39세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구) 당선자가 유일했고, 새누리당 신보라(33)·국민의당 김수민(29) 당선자는 비례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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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를 하고 싶다" = 청년 대변자가 없는 만큼 피부에 와 닿는 청년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경남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6회 지방선거 결과 경남에 '30세 미만' 당선자는 아예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를 보면 경남도지사, 교육감, 18개 시장·군수, 도의원과 시·군의원(비례대표 포함) 당선자(335명) 연령 분포를 보면 50대 55.2%(186명), 40대 22.7%(76명), 60대 20.3%(68명), 30대 1.5%(5명) 순이다.

이런 구조적 탓일까. 지난달 초 진주지역 시민단체는 진주시 2018년 예산안 평가 기자회견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는 79억 원, 청년 관련 예산은 대학생 행정인턴·채용박람회 3억 1000만 원 정도"라고 지적했다. 인구 구조를 보면 경남에 2016년 기준 15~29세가 60만 8000여 명, 60세 이상이 69만여 명이다.

경남청년유니온 조합원 4~5명이 올해 7회 지방선거에 출마할 뜻을 품고 있다. 정당에 적극적으로 호소하는 조합원도 있고, 만 25세 나이 제한에 걸린 조합원도 있다.

청년유니온에는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청년위원장, 정의당 경남도당 청년학생위원장, 경남청년민중당위원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으로 "더 많은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성숙' 논리는 그만 = 청소년 참정권 요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만 18세는 형법상 미성년자가 아니다. 납세, 병역법상 병역, 근로기준법상 노동 의무를 가지는 나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35개국 중 19세부터 참정권을 가지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오스트리아가 16세, 독일·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33개국이 18세 기준이다.

투표 연령을 낮추기 위한 선거법 개정안은 수차례 발의됐었다. 지난해 1월에도 개정이 추진됐지만 당시 새누리당 반대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청년 59명이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출마 연령을 '만25세 이상'으로 제한한 공직선거법 제16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녹색당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5월말 발표한 '고등학생들의 정치참여욕구 및 실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국 고교 17곳 1430명을 표집한 결과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에 대해 찬성 65.9%, 반대 18.4%, 모르겠다 15.7%로 나왔다. 전년도 같은 설문조사에서 찬성은 24.7%로, 보고서는 "국정농단 사건 이후 청소년 정치참여 사고가 많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정치적 이슈에 관해 친구들과 토론하는 학생 '있음'(남 67%, 여 70.8%) 비율이 더 높은데도 △입시위주 교육 △정치권 무관심 탓에 정치를 배울 기회조차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19대 대선 당일 한국YMCA는 '청소년이 직접 뽑은 대한민국 대통령' 모의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국 청소년 5만 1715명이 참여했는데, 개표 결과 문재인 후보 39.14%, 심상정 후보 36.02%, 유승민 후보 10.87%, 안철수 후보 9.35%, 홍준표 후보 2.91% 순으로 집계됐다.

당시 창원 합성동 모의투표소에서 15일 차로 투표권을 갖지 못한 대학생이 투표가 하고 싶어 참가하기도 했다. 청소년 참정권 실현을 위해서 전국적으로 연대한 '18세 선거권 공동행동 네트워크'는 "청소년도 당연히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가져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참정권은 철저히 박탈됐다"며 "청소년은 '미성숙하다' 논리를 앞세우는데 그렇다면 '성숙한 연령' 기준은 뭔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성숙하지도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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