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 6·13 지방선거 누가 뛰나 (1) 경남도지사
여당 민주당 압승 관측 속, 한국당 친홍 체제서 사활
김경수-박완수 현역 의원…중도사퇴 부담 거취 고심

제7회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 120일 전인 예비후보등록일(2월 13일)까지는 한 달여 남았다. 출마를 저울질하는 후보들 마음이 바빠지는 시기다. 각 정당은 이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정당별 지방선거기획단이 꾸려졌고, 공천을 앞두고 후보 경선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정당도 후보자도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 선거와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그에 따른 정권교체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선거다. 더구나 '87년 체제' 이후 30년 만에 개헌 투표도 예고하고 있어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현재 거론되는 지방선거 후보군을 재점검하고, 유권자의 후보자 검증 기회를 넓히고자 한다.

'수의 전쟁' 될까.

최근 경남도지사 선거를 일컬어 지역정가에서 떠도는 표현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김해 을) 의원과 자유한국당 박완수(창원 의창) 의원 이름에서 끝 자를 따서 갖다 붙인 우스갯소리다.

집권당과 제1야당 후보의 박빙을 예고한 것이다. 그만큼 유력 후보가 압축됐다고 볼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정작 당사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국회의원 중도사퇴라는 정치적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일찌감치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뛰는 후보들이 있다. 경선 없이 전략공천으로 후보가 결정되면 공천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인재 영입설도 꾸준히 나온다. 광역단체장은 중앙당에서 공천하는 만큼 당내 선거전략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에 당 공천에서 변수가 생길지가 관전포인트다.

지난해부터 자천타천 거론된 20명 남짓 후보 가운데 기초단체장·의회 선거로 방향을 틀거나 출마 뜻을 접은 후보를 추리면 도지사 후보군은 절반 이상 줄어든다.

◇민주당 '최고' 카드는 =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을 차지했다. 세월호 참사에도 당시 여당이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는 정권교체로 여당이 된 민주당 압승을 점치는 관측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1년 차인 현재까지 70%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여당에 유리한 국면이다. 민주당 소속 현역 단체장이 있는 9곳을 비롯해 2~3곳을 더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와 지방권력 교체 바람의 중심에 경남도지사 선거가 있다.

민주당 도지사 후보 가운데 '원톱'은 김경수 의원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도지사 후보 적합도에서 여야를 통틀어 김 의원이 독보적으로 앞섰다. 12월 <국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김 의원이 가장 적합한 도지사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여전히 '정중동'을 유지하고 있다. 도지사 출마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온 김 의원은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정권교체에 이은 지방권력 교체에 대한 도민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도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최고의 (필승)카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김 의원이 중도사퇴하면 공석이 될 김해 을 국회의원 1석을 지켜내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당내 경선 후보로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뛰고 있다. 지난해 7월 외곽 지원조직인 '공감포럼'을 창립하고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오랜 정치 공백 탓인지 인지도와 지지율 높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 전 시장 측은 "당내에서 현재 움직이는 건 우리밖에 없다. 당원 표심이 아무래도 김 의원에게 쏠리다 보니 공 전 시장 지지율이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고 나면 표 응집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군에 거론돼 온 재선 국회의원이자 도당위원장인 민홍철(김해 갑) 의원은 "선수가 아닌 단장으로서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혀 출마 확률이 낮으나 여지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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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전략공천 할까 = 홍준표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한시름 놓은 한국당은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친홍' 체제에서 당의 존폐가 지방선거 승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홍 대표는 경남·부산·울산·대구·경북·인천 6곳을 지키겠다며 당 대표직을 내걸었다. 보수 지역색이 강하고 현재 한국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이들 6곳 수성을 지방선거 승패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다. 더욱이 홍 대표가 보궐선거를 무산시키고 사퇴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경남지사는 다시 한국당 깃발을 꽂아 체면치레하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이 때문에 평소 홍 대표와 불편한 사이로 알려진 박완수 의원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도 마다치 않았다. 홍 대표는 지난해 12월 27일 부산에서 "박 의원이 당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나설 것을 직접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이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이달 말께는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12월 31일 기자와 통화에서 "홍 대표로부터 직접 출마를 권유받은 건 아니다. 당에서 자꾸 그러니까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도지사 선거가 누가 나가라고 한다고 나가서 되는 자리가 아니다. 솔직히 준비 안 하고 있었다. 고민하고 주위 여론도 들어봐야 한다. 당을 위해서라도 가능하면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공개 발언이 전략공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내 다른 후보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홍 대표 최측근으로 도지사 선거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윤한홍(창원 마산회원) 의원은 "공무원 출신으로서 도지사 선거에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당 상황도 생각해야 하니까 이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현 상태에서는 박 의원이 과거에 도지사 경선도 두 번(2012년 보궐선거·2014년 지방선거) 했고, 지역에서 여러 번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으니까 인지도가 높게 나왔다. 홍 대표 발언은 이길 수 있는 카드가 된다면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다는 의미다. 당에서 경선이나 전략공천 방침이 정해진 건 없다. 홍 대표와 개인적 관계도 있는데 당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공식 출마를 선언하고 몸풀기를 하는 김영선 전 국회의원과 강민국 경남도의원 역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나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다. 강 도의원은 "경선을 통해 당에 어떤 후보들이 있는지 도민에게 보여주는 게 도민에 대한 예의다. 중앙당이 시대에 역행하는 판단을 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경남지사 후보로 영입을 시도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최근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당 일각에서는 "앞으로 정치를 안 하겠다고 하면 (불출마 선언을)믿겠지만, 정치에 뜻이 있는 분이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아직 종결된 것은 아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제3당 출범과 소수정당 = 한국당을 뺀 도내 소수 야당에서는 현재까지 눈에 띄는 도지사 후보가 없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합 논의로 지방선거 준비가 차질을 빚고 있다. 국민의당 당원투표에서 통합 찬성 의견이 70%를 웃돌아 합당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전당대회 등을 거쳐 통합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한 달 넘게 시간이 걸린다. 합당 방식으로는 새 당을 만들어 두 정당을 사실상 흡수토록 하는 '신설 합당'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학도 국민의당 도당위원장은 "통합정당이 창당되면 '제3당'으로서 지방선거를 맞게 될 것"이라면서도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으니까 중앙당 흐름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통합정당 출범이 앞당겨져야 후보들도 빨리 출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선거준비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여영국 도당위원장과 민중당 석영철 도당위원장은 창원시장 후보로 방향을 잡았다. 당세가 약한 노동당과 녹색당 등 소수 정당은 기초단체장 또는 광역·기초의회 선거에 '선택과 집중'한다는 분위기다.

무소속 후보로는 권민호 거제시장이 있다. 지난해 4월 한국당을 탈당해 민주당 입당을 타진해왔지만 당내 반발 기류 등으로 입당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권 시장은 "무소속이라도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하며 배수진을 치는 모양새지만 현재까지 민주당에 입당원서를 낸 적은 없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달 말이나 2월 초 입당 허용 조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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