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권한·인구 중앙 집중 경제발전 저해 '공멸 위기'
분권형 개헌 요구 봇물, 지방선거 앞둔 지금 '적기'

여기서 분권은, 정확하게 말해 '지방 분권'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을 나누자는 것이다. 왜 분권인가? 그렇게 해야만 지방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경남도민일보>의 신년기획 '이제는 분권이다'의 접근법이다. 지금 이 나라의 돈과 권력, 인구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난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업체 387만 개 중 경기도와 서울이 각각 82만 개로, 인천을 합하면 점유율 50%를 넘는다. 종사자는 전국 2089만 명 중 서울 520만, 경기 465만 명으로 인천을 더하면 55%를 넘긴다. 돈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이 전한 '지난 5년간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금' 624조 원 중 64%인 399조 원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부산·경남에는 93조 원이 지원됐다.

◇이대로 가면 '지방 소멸' = 수도권 인구 집중은 갈수록 심하다. 통계청의 2016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전국 인구 5127만 명 중 49.5%인 2539만 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거론되는 게 '지방 소멸'이다. 출산을 할 만한 젊은 사람이 다 빠져나간 전국의 많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20~30년 내 인구 제로로 소멸한다.

어떻게 분권을 하자는 것인가? 돈과 권한을 나누는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무 4만 2000여 개 중 국가·중앙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국가사무가 80%이다. 나머지 20%만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다. 이 밖에 권한은 국가에 속하지만 실제 사무처리는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위임사무가 8.3%이다. 돈과 권한을 내재하는 사무의 전체적 분포 중 28.3%만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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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자본에 해당하는 세금의 구조다. 전체 조세수입 중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80% 대 20% 분포다. 그런데 지출 기준으로 보면 중앙정부 대 지방자치단체가 4 대 6으로 바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국가의 지방세 비중을 보면 한국의 지방재정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지방 분권은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경제성장률 개선 측면에서는 더 그렇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6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으나 11년이나 지나도록 3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에 접어들자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체제가 오히려 지방과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국가경쟁력 세계 1위에 국민소득이 8만 달러인 스위스의 원로 경제학자 르네 프라이(Rene Frey)는 스위스가 왜 잘사는지 묻는 말에 스위스에서는 2300개의 지방정부가 잘살기 위한 경쟁을 한다. 경쟁에서 이기고자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런 나라가 못살면 이상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관건은 지방선거 때 개헌 = 왜 지금 지방 분권인가? 지방자치가 재개된 1995년 이후 정체된 지방 분권이 오는 6월 지방선거라는 도약점을 맞이한다. 지난 대선 때 주요 5당 후보들이 지방선거와 동시에 분권형 개헌투표를 하자고 합의했다.

"왜 개헌인가?" 하고 다시 물을 수 있다. 개헌은 헌법을 바꾸는 것이고, 헌법은 법률의 상위법이다. 현행 법률상 제약을 헌법을 바꿈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현재 거론되는 개헌안을 기준으로 해도, 이를 통과시키면 지방분권의 핵심인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 자치사무의 확보가 대폭 진전될 수 있다.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임"을 명시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도 '지방정부'로 바뀌면서 중앙정부와 대등성을 확보한다.

2017년 5월 7일 체결된 협약에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등 주요 정당 후보 5명이 지방선거 동시 개헌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최근 "개헌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 개헌을 지방선거에서 곁다리 붙이듯 같이해서는 안 된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국회 차원 개헌안 발의의 교두보인 헌법개정특별위원회 활동기한 연장 합의도 가까스로 통과됐다. 개헌안 저지선인 국회의원 재석 3분의 1선을 훌쩍 넘는 116석의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지방선거 동시 투표를 반대하면 사실상 개헌 길은 가로막힌다. 남은 길은 두 가지다. 자유한국당 주장대로 지방선거 동시 투표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약속을 이행하라고 개헌 반대 정당을 설득·굴복시키는 길이다. 그 경로를 결정할 가늠자는 국민이요, 국민이 가진 '지방분권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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