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배신한 제자들 모습 낯설지 않아
서운함 아량으로 털고 새해 맞으시길

'니산 달'의 무교절 첫날, <저녁때가 되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으셨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그러자 그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기 시작하였다.(마태오복음 26장20~22절) > 이 성경 구절은 그 유명한 최후의 만찬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인류구원이라는 큰 뜻을 세우고 열두 제자를 모으신 지 만 3년째. 당신 뜻을 완성하시려는 때가 되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로마 총독의 손에 맡겨져 십자가형이라는 잔인한 형벌 속에서 죽어 갈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이 순간 마지막으로 제자들을 둘러보시고 빵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이스카리옷' 유다의 배신을 염두에 두고 당신을 팔아넘길 자가 있다고 경고하십니다.

그런데 다른 제자들의 태도가 이상합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라는 예수님 말씀에, 보통의 경우라면 "그놈이 누굽니까!"라고 소리치며 범인을 색출하려고 할 텐데. "그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묻기 시작합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차, 들켰구나!" 하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사람을 꿰뚫어 보시는 예수님 앞에서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고, 평소에 예수님 팔아서 한자리 할까? 한몫 잡을까? 궁리하던 제자들이 이제 들켰구나!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습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꼭 제 모습 같습니다. 예수님 앞세워서 '신부입네!'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말입니다.

많이들 아시는 우스개 한 꼭지. 국회의원들 앞으로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들켰습니다. 빨리 도망가십시오!" 그러자 국회의원들이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짐을 싸서 외국으로 도망갔다고 합니다.

무엇을 들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지은 죄가 많다 보니 지레 겁을 먹은 것입니다. 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서 여러 곳에서 누가 더 높은지 다투기 일쑤입니다. 아직까지 예수님의 큰 뜻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놀랍게도 3년간이나 먹고 자고 합숙 훈련을 했는데 아직도 깨달음과는 먼 거리에 있습니다. 결국,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부활한 후에야 성령의 도우심으로 깨닫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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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 지으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기쁘기도 힘들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사람살이겠지요. 그러면서 최후의 만찬장에 앉은 예수님과 제자들을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도 3년이나 데리고 다니던 제자들에게 배신당하는데, 하물며 보잘것없는 내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도 하고, 사람들에게서 실망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서운함이 있었다면 너른 아량으로 다 털어버리시고 좋은 새해 맞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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