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간 11만 명 방문, 기획전·국제교류·아트마켓 풍성
연구·홍보·교육 보완 필요…공공미술 역할 확장 주문도

경남도립미술관이 올해 전시를 모두 끝내고 긴 휴식에 들어갔다. 2018년 1차 기획전시를 준비하고자 내년 2월 5일까지 휴관한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미술관에서 '지역사회와 미술관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올해 마지막 일정으로 시민을 초청해 경남도립미술관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미술관이 보다 공공적이고 열린 공간으로 나아가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시민이 원하는 미술 프로그램을 제안받고 싶습니다."

김경수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이 애써 시간을 내어 찾아준 시민과 문화기획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올해 선보인 전시 작품들. 바바라 클렘이 1973년 5월 찍은 사진. 당시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와 소련 국가원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첫 정상회담 장면.

이날 두 시간가량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됐다. 경남도립미술관의 부족한 스킨십부터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제도, 문턱 낮은 미술관 등 다양한 논의를 주고받았다. 또 미술관 본질과 공공성, '경남도립' 미술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했다.

◇대지 미술부터 시대를 뒤흔든 사진까지

먼저 경남도립미술관은 올해 어떤 전시로 관객을 만났을까?

10개월간 약 11만 명이 미술관에 다녀갔다. 지난 2월 첫 전시부터 구름 인파가 몰렸다.

가족 단위로 인기를 끌어 시간제한까지 둬야 했던 '상상공작소-매직월드', 'DNA, 공존의 법칙', '2016 신소장품전', '소장품 기획전'이라는 4개 전시가 열려 큰 호응을 얻었다. 1차 전시 가운데 'DNA, 공존의 법칙' 전시는 나무와 돌이 전시실 속에 들어와 색다른 작업을 선보였다.

경남도립미술관 2차 전시는 별과 옻에 대한 이야기였다. '별의 별', '성파 옷칠회화-월인천강지', '2017 싱글채널비디오-오세린', '2017년 싱글채널비디오 II 강수정'으로 이어졌다.

성파스님 작 '견'.

이어 9월부터 사진매체와 영상이 인간의 순수한 몸짓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여주는 '무용수들 Dancers'전, 독일 통일 과정 전후를 독특한 시각으로 관찰한 사진가 '바바라 클렘, 빛과 어둠-독일사진'전이 관객을 맞았다. 여기에다 김대홍 작가의 비디오 영상 '2017 싱글채널비디오 Ⅲ, Ⅳ 김대홍', '2017 싱글채널비디오 V-정진경'이 상영됐다.

또 기획 전시 사이에 '8·15특별전 세기를 넘어', '아트레인보우 2017'을 열어 국제교류에도 힘썼다.

'미술관 앞 아트마켓'도 한 달에 한 번씩 열렸다. 작가 30여 명이 미술관 야외광장에서 순수미술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다.

정종효 학예연구팀장은 "2013년까지 3년 동안 음악회를 열었고 지난해는 영화제를 했다. 올해는 아트마켓이었다. 미술관의 액세서리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DNA, 공존의 법칙' 전시, 박봉기 작가 '호흡(breathe)'.

◇"전시 이해 돕는 장치 부족해"

하지만 관객은 경남도립미술관의 문턱이 높기만 하다. 단순히 전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전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아쉬워한다.

한 전시를 흡수하기 위한 연계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지역사회와 미술관 라운드테이블'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이었다.

이우성 작 '빛나는 거리 위의 사람들'.

김나리 독립 큐레이터는 "경남도립미술관은 홍보마케팅팀이 따로 없다. 의미 있는 전시라도 잘 가공하지 않으면 시민이 전시장까지 발걸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통영 고 전혁림 화백의 그림이 청와대에 다시 내걸려 화제였다. 어쩌면 전 화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게 경남도립미술관이다. 이슈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지난해 개관 이래 가장 많은 관람객 수 14만 명을 찍은 '앨리스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 등 전시는 SNS 덕이 컸다. 관람객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미술관에 다녀온 '인증샷'을 올리면서 많은 인파가 몰렸다. 만약 여기에다 홍보팀의 전문성이 더해졌다면 작품에 대한 진지한 접근도 함께 이뤄질 수 있었다.

권부문 작 '별보기 2013'.

박용진(47·창원) 씨는 "일상 예술이 되길 바란다. 미술관 사례는 아니지만 대구에서는 영화로 마음을 달래는 '시네마 테라피'가 열린다. 다른 장르와 융합한 다원 예술을 자주 보여주길 바란다. 발굴해서 차별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규석 학예연구사는 "10년 전 48명이었던 도립미술관 직원이 현재 16명으로 줄었다. 학예사도 5명뿐이다. 미술관의 본질인 연구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교육과 홍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우리도 잘 수행하지 못해 안타깝다. 전문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최수환 작가는 "휘발성이 강한 전시보다 경남도립미술관에 맞는 현대미술을 보고 싶다. 예술과 대중성은 한 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며 트렌드를 좇는 전시를 지양한다고 말했다.

'상상공작소-매직 월드' 체험 전시 작품.

◇'환경', '중공업'…정체성 다져야 할 때

이날 김재환 학예연구사는 '지역사회와 공공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짧게 발제했다.

"소장품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보존하는 것이 미술관 본연의 임무라면 이제 현대미술관은 현대미술의 의미를 재생산하고 확산하면서 관람객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미술관 전시 자체가 스스로 담론을 생산하고 새로운 창작의 동향을 유발하는 등 문화발산지로서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공동체에 직접 다가가는 공공미술의 영역까지 그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오세린의 싱글채널비디오 속 장면.

2004년 개관한 경남도립미술관은 내년 15년 차로 접어든다. 경남의 지역미술을 정립하고 미술관 정체성도 찾고 다져야 할 때다.

정종효 학예연구팀장은 "우리 지역은 환경과 자연, 중공업 등 명확한 포인트가 있다. 미술관이 이를 잘 뽑아 지역 작가를 지원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리산프로젝트, 찾아가는 도립미술관 10주년 프로젝트 등을 진행한다. 미술관 밖에서도 시민과 만나겠다"고 내년 계획을 짧게 알렸다.

오는 2018년에는 문턱과 담을 허물고 광장으로 나간 경남도립미술관을 만나보자.

지난 21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지역사회와 미술관 라운드테이블'. 관장과 학예연구사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문화기획자, 시민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지난 21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지역사회와 미술관 라운드테이블'. 관장과 학예연구사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문화기획자, 시민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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