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찾아올 때마다 미등록 경로당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사정은 늘 매한가지다. 올겨울 추위는 유난히 매서울 듯싶어 미등록 경로당의 노인들은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만 하게 생겼다.

도시건 농촌이건 공동체 붕괴현상을 겪는 우리 사회에서 동네 노인들에게는 삶의 쉼터이자 정서적인 어울림 기능을 하는 경로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워낙 노인 숫자가 적고 형편이 여의치 않은 곳의 미등록 경로당 노인들은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지의 혜택이 더 절실한 곳이 거꾸로 소외당하는 것이다. 도내에 지자체가 파악한 미등록 경로당은 224곳에 이르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등록된 경로당도 대부분 재정이 넉넉지 않아 노인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미등록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맹추위가 닥쳐도 보일러는커녕 낡은 전기장판마저 전기료가 겁날 정도다.

안전이나 위생문제에 대한 대비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채 냉골에 모여 앉아있어야 하는 노인들에게 미등록 경로당이란 제도적 경계는 너무 가혹하건만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겪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면서 유대감을 나누고 서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시설은 더 많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독거노인 숫자가 늘어나고 고독사가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노인복지에 가장 기본적인 시설을 경로당 운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미등록 경로당의 실태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제도적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 숫자가 좀 적더라도 동네 주민들에게 필요하다면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뒷받침하여 제도적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주민들의 힘에 부치면 행정이 앞장서서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자원봉사와 연계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겨울부터는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안 나오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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