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검사 남은 진주 시내버스 노선 개편
시민 불만으로 다시 한 만큼 꼼꼼히 해야

진주시는 지난 6월, 50년 만에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을 단행했다. 노선개편 골자는 버스 11대 감차, 중복노선 정비, 출퇴근 시간대 집중 배차, 승객 수요에 맞는 탄력배차제 도입 등이었다.

하지만, 노선 전면 개편 이후 불만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배차 간격과 운행시간, 환승대기시간 등이 개편 전보다 오히려 늘어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감차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택시보다 편한' 버스를 타던 진주시민들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당장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시청 홈페이지에 쏟아졌고, 시민단체 여론조사 결과 80% 이상이 불만이라는 반응이었다.

이에 시는 두 차례 후속책을 마련했지만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고, 지난 9월 이창희 시장이 결국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다시 하겠다고 선언했다. 재개편에 나선 시는 먼저 이용자 불만사항과 버스를 이용하는 양상 등을 분석했다. 전 읍면동 직원들이 1일 3회씩 1020회에 걸쳐 시내버스에 직접 탑승해 이용객과 운전자,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4500여 건 수렴했다. 10월에는 3일간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탑승한 18만 6000여 건의 자료를 활용해 노선별, 지역별, 학생·일반인의 시간대별 등 다양한 사례를 분석했다.

시는 시내버스 업체와 시민대표 등 순수 민간인으로 시민개선단을 출범시켜 시민의 눈높이에서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시내버스 노선 개선안에 대한 시민설명회를 열었고, 주민의견을 수렴한 후 드디어 지난 26일 버스 노선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이창희 시장이 직접 나서 설명하면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의중도 보였다. 새로운 노선 체계는 내년 3월 1일부터 우선 시행하며 제도적 보완 등 시간이 필요한 지·간선 체계 전면 도입 등은 내년 12월쯤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이용객 수요에 맞춰 평일에는 증차 운행하고 휴일 등 승객이 줄어드는 날은 감차 운행하는 등 탄력 배차제를 도입하고, 편의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불합리한 노선을 조정하고 회차지도 추가 확보한다.

전체 시내버스 노선에 지선 및 간선 체계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지·간선 노선 권역별 환승센터 3곳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주요 정류장마다 출발과 도착시각을 알려주는 시내버스 관리시스템의 정밀도를 높이고, 승객이 버스를 기다리는 주요 정류장에 한여름 햇빛가리개와 한겨울 발열 의자도 배치할 예정이다. 시의 개선안을 보면 진정성이 보인다. '진작 이렇게 하지'란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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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시민들의 '숙제 검사'가 남았다. 뚜껑을 열기 전에 다시 한 번 빠진 곳이 없는지, 잘못 판단한 것은 없는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50년 만에 노선개편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쌓인 먼지가 많고 고칠 곳도 많다는 얘기다. 역으로 보면 그만큼 시민들이 익숙해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새로 바꾸면 불편하니 익숙해질 때까지 참아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번엔 제대로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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