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토월고등학교 역사동아리 '역동'의 학생들이 지난 17일 합천으로 탐방을 떠났다. 경상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경남도민일보가 진행한 청소년 우리 고장 역사문화탐방이었다. 날씨가 춥고 또 일요일이었지만 35명이 모였다. 합천에서는 수려한 자연환경이 펼쳐졌고 그 속에서 우리는 뜻깊은 교훈을 얻었다.

훗날 경남을 떠났을 때, 우리 고장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장소는 어디일까? '역동'이 2017년 마지막 탐방의 첫머리에서 던진 물음이다. 이때까지 많은 곳을 탐방했지만 한 번도 우리 고장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특색에 걸맞은 장소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탐방에서는 달랐다.

탐방하기 전 '남명 조식'에 대해 조사했다. 조식 선생 생가터 용암서원에서 남명 조식에 관한 퀴즈를 풀고 그가 지내던 뇌룡정을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당시 선생의 상황을 추측해봤다. 이를 통해 곧은 선비정신으로 후학을 양성한 그의 정신을 배울 수 있었고 나아가 우리의 조상들이 지내던 공간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었다.

이어진 해인사 탐방에서도 그냥 지나쳤을 법한 다양한 탑과 암자들을 주의 깊게 살필 수 있었다. 해인사는 그 명성에 걸맞게 많은 유적을 자랑하였다. 그중 20세기에 만들어진 성철 스님 부도는 현대적이었다. 그 앞에서 나는 먼 미래에서 보면 21세기인 지금의 역사적 유물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몇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천편일률적인 건물이나 유행 대신 우리의 정신을 대표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문화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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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용암서원과 뇌룡정, 영암사지, 해인사, 월광사지를 둘러보면서 나름대로 해답을 얻었다. 합천의 한가로운 자연 풍경 뒤로 펼쳐진 유적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박물관 해설서에 담긴 정제된 언어의 집약된 역사보다 직접 역사의 현장을 보고 만지는 경험이 더 우리에게 와 닿았다. 돌아오는 길에서는 우리 고장과 역사에 대한 태도가 한층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인들의 상황을 좀더 이해하고 당시를 공감하는 태도로 역사를 바라보게 되었다. 역사관이나 박물관에서 벗어나 그 자연풍경과 어울리는 모습마저도 역사이고, 또 그러한 모습을 옛 선조들도 함께 보았다는 그런 경험이었다. 경남이라는 장소를 공유한 후손으로서 굉장한 자부심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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