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수공예품 등 생활용품까지 KC인증 의무 적용
부담 비용 '소비자 전가'가능성…"새 제도 모색을"

창원 의창구 봉곡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선영(가명·29) 씨는 내년부터 어떻게 가게를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다. 전안법 개정이 물 건너가면서 내년 1월 1일부터 모든 제품에 'KC(Korea Certificate·공급자 적합성 확인 서류)'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금으로서는 KC 인증을 받은 도매 물품을 들여오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며 "그러나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한정적이라 법이 계속 유지된다면 가게 운영 자체를 고민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전안법이라 불리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 관리법'은 전기용품은 물론 가방·의류 등 신체에 닿는 용품에 KC 인증서를 받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지금까지는 전기용품, 어린이용품 등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업체만 KC 인증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전안법이 시행되면 티셔츠, 양말 등 의류나 소규모 공방에서 제작하는 수공예품, 잡화 등 생활용품까지 확대 적용된다.

전안법은 올해 초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소상공인들에게 과도한 부담이라는 논란이 커지면서 올해 말까지 시행이 미뤄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영세상인들 피해를 줄이고자 지난 20일 전안법 개정안을 의결 처리해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연내 최종통과는 물거품이 됐다.

이로써 당장 내년부터 전안법 원안이 그대로 적용돼 의무 인증을 지키지 않은 소상공인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탓에 보세 옷, 가구, 커튼 등을 판매하는 소상공인, 국외 구매대행업체, 소규모 병행 수입업체 등은 막대한 인증 비용 부담을 감수하거나 법을 어겨가며 가게를 운영해야 한다.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소비자가 떠안게 될 전망이다. 인증 대상이 되는 의류, 생활용품은 품목당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인증 비용이 책정될 예정이다.

임진태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은 "면 티셔츠 한 장, 같은 티셔츠라도 색깔별, 크기별 KC 인증을 각각 받아야 한다"며 "KC 인증 비용은 제품 가격에 반영돼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탓에 KC 인증 부담이 적은 대기업 배만 불리는 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기업은 이미 KC 인증을 받고 있으며 자체 안전검사 장비를 활용해 KC 인증을 할 수 있어 비용 부담도 적다.

임진태 회장은 "전안법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완구 등에서 검출되는 유해성분을 막고자 추진됐는데 국민을 다 때려잡는 법이 돼버렸다"며 "전안법은 개정이 아닌 폐기를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업종별 간담회를 열어 실정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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