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우리가 행복했던 순간들
비즈쿨 동아리·사제동행·문학기행 마음 살찌우는 계기
소녀상 제막식 특별한 경험…기숙사 생활 독립심 길러

일주일에 한 번 다양한 교육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2017년 마지막 공간을 학생들에게 내어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학생들이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속상한 감정은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형식과 내용에 상관없이 '행복과 슬픔, 바람'이라는 세 단어만 제시해 학생들에게 글을 요청했습니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란다고 합니다. 스스로 성장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배민서(창원 진동초 4학년) = 2017년 나의 행복은 3월 비즈쿨 동아리에 들어가면서부터다. 비즈쿨 동아리를 통해 만든 작품을 2학기 학교 숲마켓에서 판매해 우리 마을에 사는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했다. 하지만,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4학년이 되니 친구들끼리 '베스트 프렌드'라면서 단짝을 자기 것으로만 만들려고 하니 가끔 외톨이가 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냥 다 같이 놀면 되는데 왜 자기랑만 놀아야 하는지, 떼쓰고 고집을 피우는 것이 많이 싫었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단짝을 만들지 않으면 괜히 잘못을 한 아이처럼 혼자 있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울하고 속상해진다. 내년에는 5학년이 활동할 수 있는 비즈쿨 동아리에 들어갈 것이다. 동아리, 봉사활동을 많이 하다 보면 단짝보다 더 소중한 친구와 동생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김범진(양산 화제초 5학년) = 처음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던 건 4학년 때부터였다. 최우영 선생님을 만나면서다. 4학년에 이어 5학년까지 우리와 함께한 선생님이 매우 좋다. 꼭 우리 아빠처럼 거리감이 없어 학교에 오면 또 다른 가족이 있는 것 같다. 일 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온책읽기'다.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고 온책읽기를 여러 권 하면서 책과 친구가 된 느낌이다. 책 내용으로 친구들과 토론하고 책에 나오는 장소도 가보니 내가 책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재미난 일은 야구장에 갔을 때였다. 선생님은 우리와 약속을 지켰고, 비록 응원하는 팀은 졌지만 친구들·선생님과 함께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경기였다. 우리 학교는 이름만 행복학교가 아닌 진짜 행복한 학교다. 난 이 행복한 학교의 학생이고 앞으로도 행복 학생으로 졸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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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양(창원 북면초 6학년) = 드디어 그날이 왔다. 그날은 바로 배구시합 결승전! 이름만 들어도 너무 긴장된다. 나는 5학년 때, 6학년 형들이 배구시합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저걸 어떻게 하지?'라고 신기해 하면서도 놀라웠다. 그 자리에 내가 서게 된 것이다. 아 참! 배구 결승전까지 오게 된 과정을 설명해야 하겠군. 먼저 6학년들이 배구를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어갈 때 '6학년 배구 반별 대회'가 열렸다. 우린 당황하지 않고 첫 경기를 했다. 처음엔 티격태격 맞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마침내 결승전까지 오게 된 것이다. 우린 이때까지 갈등도 협동심으로 이겨 냈다. 결승전 시합이 열렸다. 우린 1점, 1점, 또 1점씩 얻어 드디어 끝 점수에 다다랐다. 그리고 마지막 한방 스파이크! 2개의 반이 있다. 1반은 웃고 있고, 또 다른 1반은 아쉬워한다. 나는 어느 반이냐고? 으하하 하하하.

◇오정민(창원 안청초 6학년) = 친한 친구들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행복했지만 뜻밖에 잠을 밖에서 잘 수 있는 특별한 장소에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수학여행 때 숙소에서 있던 시간이다. 친구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 놀이동산에서 재밌었던 이야기,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하하 호호 웃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친구들 고민을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그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우리만의 작고 소소한 이야기, 그리고 그 장소가 특별했기에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내가 가장 슬펐던 순간은 담임 선생님이 슬퍼할 때다. 일 년 동안 우리 반은 크고 작은 일이 참 많았다. 친구들끼리 괴롭혔고 그 일로 선생님이 너무 슬퍼했다. 그때 나도 슬퍼졌다. 일 년 동안 지내다 보니 서로 감정이 통하는 것 같다.

◇김하겸(남해 상주중 1학년) = 대안 특성화중학교 입학 준비를 위해 스스로 자기소개서도 써보고 면접 과정에서 중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다. 1학기 초반에는 모두 각자 다른 지역에서 온 터라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고, 2학기에는 친구들과 다툼도 잦아지고 상처받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계기로 조금 더 진지하게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강해지는 법을 터득했다는 점에서 학교에서 값진 경험을 한 것 같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시간에 맞춰 세탁기를 돌리고, 내 공간은 스스로 청소하는 등 자립심을 키우고 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니 내가 더 멋있고 대견해 보인다. 학교에 바라는 것은 학교가 남해 상주에 있다 보니 체험활동에 한계가 있어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가 없다. 아직 체험해보지 않은 분야의 외부 초청 강사들이 학교를 찾았으면 한다.

◇이시경(김해 봉명중 3학년) = 학교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했던 일정은 일 년에 몇 번씩 하는 사제동행이다. 반에서 서먹한 사이인 친구들에게도 좋은 자리 마련이 되었고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선생님과 제자 사이를 더욱 각별하게 하는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하기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사제동행을 꼽는다. 반면, 속상했던 순간은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대의원회에서 2년 동안 꼬박 기다려왔던 3학년 운동장 사용 사안이 바뀐 것이다. 이 외에도 급식 자리, 엘리베이터 사용 등 생각과 다른 결정으로 가슴 답답한 일들이 꽤 있었다. 내년에 학교에 바라는 점은 딱히 없고 사실 올라갈 고등학교가 봉명중학교와 같이 학생이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활동들이 여럿 있다면 학생들이 재학하면서 더 자신들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원(창원 안남중 3학년) = 마음이 이렇게 풍성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던 날이 있다. 약간 서늘한 가을밤 공기가 좋았고, 아름다운 선율이 가득한 교정은 저절로 웃음이 나게 했다. 10월 17일 저녁, 안남중학교에서 '작은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합주부가 '희로애락'을 주제로 연주를 했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이날 제막식에서는 우리 학교가 직접 제작한 에코백을 판매했다. 여기서 자랑스러운 점은 에코백이 내가 직접 그린 도안을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뿌듯함은 배가되었다. 완벽하지 않은 그림 실력이지만 내 취미가 재능 기부가 되었다는 생각에 광대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한 것만 같았다. 에코백으로 생긴 수입은 기금으로 사용됐다.

◇김건우(진주 명신고 1학년) = 2학기 기말고사 후 통영詩(시) 문학 기행을 갔다. 친구들과 모둠 활동을 하며 백석, 박경리 그리고 유치환 시인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은 꼭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온 것 같아 즐거웠다. 단순히 시를 읽는 것에서 시인이 시를 쓴 배경과 장소를 보고, 시를 다시 접했을 때 친근감을 느꼈다. 문학 기행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문학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단순히 시험을 목적으로 배우는 과목에서 문학을 즐기게 됐다는 점이다. 9월 교내 독서토론대회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주제는 '지도자는 효과적인 통치를 위해 비도덕적인 행위를 할 필요가 있다'였고, 사전에 준비한 찬성 측이 아닌 반대 측으로서 주장하게 되자 제대로 된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싱겁게 패배했다. 내가 원하는 뜻과 그 반대되는 견해를 조금 더 꼼꼼하게 준비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심우영(창원 용호고 1학년) = 시험 일주일쯤 전 저녁 시간이었다. 양치질을 하던 친구 두 명이 'ㅂㅇ'으로 초성 게임을 시작했다. 각자 적은 단어가 15개를 넘어갈 때에는 친구들이 모여들었고 칠판에 단어 수도 늘어났다. 야간자율학습 종이 울리자 정독실 친구들은 빠르게 사라졌다.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친구들끼리 남았을 때 서로 자신의 팀이 이겼다고 주장했다. 두 팀 모두 이겼다며 기념사진을 찍고, 정말 깨끗하게 칠판을 지웠다. 시험도 끝났는데 한 번 더 초성 게임을 하면 좋겠다. 급식하면 무(無) 맛이었던 '깐풍새우'를 잊을 수 없다. 이 깐풍새우는 훗날 자유시 쓰기 주제가 되기도 해 급식 맛이 괜찮아진 지금도 언급되고 있다. 밥을 통해 학교를 버티는 우리를 위해 더 맛있는 반찬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인서(창원 태봉고 2학년) = 10월 중순에 처음으로 라오스로 해외이동학습을 다녀왔다. 2학년 전체 학생들이 이동학습을 갔고, 흙벽돌을 만드는 활동에서 평소에 참여를 하지 않을 것 같은 학생들도 더 열심히 참여해 시선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2학기에는 문화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았다. 우리 학교는 매주 수요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전교생과 모든 선생님들이 토론하는 공동체 회의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선후배 관계에 관한 회의를 했다. 학생회 간부는 새벽 1시 반까지 회의를 하며 준비했지만 당일 많은 학생에게서 회의준비를 잘 못해서 회의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간 노력이 저평가되는 것이 속상하고 서로 배려하려는 모습이 사라지는 듯해 가슴이 아팠다. 선후배들이 공동체 의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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