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남조합원들 '국민의방송' 기다려
곧 방통위 이사진 재편, 사장해임 분수령

"자자, 밀어낼 기사 있으면 우리 파업할 때 다 밀어내이소(웃음)!"

9월 초였던 것 같다. 경남지방경찰청 출입기자 간사를 맡은 박상현 (KBS창원총국) 기자는 '농반진반'처럼 말했다. 박 기자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경남지부(지부장 손원혁) 조합원이다. '공영방송 정상화'와 '언론 적폐 청산'을 요구하며 시작한 언론노조 KBS본부 총파업이 어느덧 110일을 넘기고 있다. 여름·가을·겨울 세 계절이 지났다. 반소매 입고 시민을 만났던 박 조합원은 이제 '롱패딩'을 입고 있다.

넉 달 가까이 '무노동 무임금'으로 힘들 법도 한데, 경남지부 조합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파업을 이어가며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총파업 100일 뒤풀이 때 만난 차주하 기자는 "적금 몇 개 깼더니, 오히려 살림살이 더 나아진 듯하다"며 웃었다.

지난주, 이번 파업과 관련한 발언이 관심을 끌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9일 KBS 생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KBS 여러분들이 파업을 그만 하는 것이 오늘 국민에 대한 큰 기부가 될 것"이라며 돌출발언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배우 정우성은 지난 20일 KBS 1TV <뉴스집중>에 출연해 최근 관심사를 묻는 앵커의 질문에 "KBS 정상화다. 1등 공영방송으로 위상을 빨리 되찾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그는 21일 새노조에 응원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났으므로 '오픈 더 레코드'로 말할 수 있다. 사실 "추석 전에 뭔가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렸었다. "성탄절 큰 선물 주시는 거 아닐까?"라며 늦어도 12월 말까지는 정리가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 또한 없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감사원이 지난달 24일 KBS 이사진 비리 실태를 확인하고, KBS 이사진에 대한 인사 조처를 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하면서 KBS 정상화가 가시화하는 듯했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야권 추천인사인 강규형 KBS 이사회 이사 해임 건의안 의결을 추진하고 있다. 강 이사는 애견동호인과의 식사 비용을 법인 카드로 결제하는 등 업무추진비 327만 원을 사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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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애초 22일 강 이사의 최종 해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오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원내 지도부 의원 12명이 방통위를 항의 방문한 후 강 이사 해임안 절차가 조정됐다. 강 이사 해임 관련 청문 절차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KBS본부 조합원들은 방통위가 28일께 강 이사를 해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강 이사의 해임이 확정되고 여당 추천 보궐이사가 선임되면 KBS 이사진은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5명으로 재편돼 고대영 사장 해임 절차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하루빨리 현장에서 '리포팅'하는 박 기자를 보고 싶다. 언론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한다. KBS 조합원들의 건투를 빈다. 돌아오라, 고봉순(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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