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기본급 전환·근로시간 단축으로 최저임금 규제 피해가기

# 창원 한 전자회사에서 일하는 50대 여성 노동자는 근심이 생겼다. 회사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매년 지급했던 상여금 250%를 기본급으로 전환하겠다는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당장 1월부터 상여금이 없어지는데, 함께 일하던 노동자 대부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김해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ㄱ 씨도 최저임금 인상이 월급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게 됐다. 회사는 최저임금 인상과 생산 물류 감소 등을 이유로 내년부터 기존 상여금 600% 중 250%를 기본급에 포함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사협의회가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 업체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사측과 교섭에 나섰다.

# 한 청소 노동자는 용역업체가 노동시간을 단축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으려고 하자, 이에 반발하며 노동조합에 상담 신청을 했다.

이처럼 일터에서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시급기준 7530원)이 16.4% 오르자, 임금 인상 폭을 줄이려는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

C0A8CA3C00000155953742A300156CD1_P2.jpeg
▲ 최저임금 자료이미지./연합뉴스

26일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지난 8월 최저임금 인상 직후부터 임금 체계 변경 등 불이익 상담 창구(1577-2260)를 개설했다. 지금까지 30여 건이 접수됐다.

가장 많은 사례는 기본급에 수당이나 상여금 등을 넣는 방식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기본급과 고정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있고, 상여금·근속수당·체력단련비·초과근로수당·연차휴가 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넣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수당·상여금 등을 기본급에 넣어 임금 인상 폭을 떨어뜨리는 편법을 선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얻기 어려워진다.

노동 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취업 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성덕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직2국장은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기업에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사례가 많다. 법에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노동조합 동의나 노동자 다수 동의 방식을 거쳐야 하지만 대부분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노동자가 혼자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에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교섭을 통해서 해결할 것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 국장은 "용기 있는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상담 신청을 하지만,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조차 생각지도 못하는 사업장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수면 위로 문제 제기를 못 하는 사업장을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사업장에서 최저 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가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최영주 노무사는 "수당, 상여금을 기본급화 하는 것은 전체 연봉으로 하면 별 차이가 없어서 불이익이 없는 것 같지만, 주던 것을 안 주기 때문에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 노동자들이 수당이나 식대를 기본급화해서 최저임금을 맞추려고 하는데, 동의하면 안 된다. 근로기준법 판례에서 보면 사용자 의사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자율적으로 회의를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동의하는 방식이 아니면 적법한 변경 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팀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안에 관한 토론을 벌여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매달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방향이 논의되면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없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