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보고 메시지로 코치와 소통, ATP투어 '장애 극복기' 소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가 청각장애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세계 랭킹 200위권 벽을 깬 이덕희(19·현대자동차 후원)의 도전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ATP 투어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불굴의 이덕희'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이덕희와 그의 어머니, 코치, 소속사 관계자 등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1998년생으로 올해 19세인 이덕희는 청각장애 3급의 어려운 여건에도 지난 4월 세계 랭킹 130위까지 올랐다.

특히 올해 호주오픈에는 아시아-퍼시픽 와일드카드 예선대회와 호주오픈 예선 등 두 차례 기회에서 1승만 더했더라면 메이저 대회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었으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ATP 투어는 이덕희에 대해 "아시아에서 장래가 밝은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라고 소개하며 "그의 놀라운 여정은 매우 특이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열린 97회 전국체육대회 테니스 남자고등부 단체전 결승 경기. 청각장애 3급 테니스 선수인 서울 마포고 이덕희가 경기 전곡고 김동규와의 경기에 앞서 팀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덕희는 이 영상에서 "테니스는 내가 일반 사람들과 경쟁에서 이길 좋은 기회"라며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고, 더 발전해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또 "6살 때 나에게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며 "경기에서는 심판과 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운 면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를 지도하는 임규태 코치는 "평소에는 입술 모양으로 의사소통하고, 그게 어려우면 글을 쓰거나 휴대전화 메시지를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임 코치는 "덕희의 가장 큰 장점은 강한 정신력"이라며 "경기에서 자신과 상대 선수의 강점, 약점을 빨리 잡아내는 영리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공을 치는 소리를 듣지 못해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이덕희는 "주위에서 청각장애 때문에 좋은 선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꼭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올해 상반기부터 슬럼프에 빠져 200위대로 밀려나기도 했던 이덕희는 이달 초 인도네시아 퓨처스 대회에서 우승하며 다시 200위 안쪽으로 진입했다.

이덕희는 22일 고향인 충북 제천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으로 인해 성화 봉송 일정이 취소됐다. 새해 첫 대회 출전은 1월 1일 개막하는 ATP 방콕 챌린저다.

이후 1월 15일 개막하는 호주오픈 예선에 출전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본선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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