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정(情)' 문화가 있다. '정'을 선명하게 정의하기란 어렵지만 한국인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관계 문화다. 한국에서 정 문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장(場)이다. 장에 가면 '덤'이 있다. 과거 시장 손님들은 덤과 관심으로 전해지는 따스함이 전통시장의 정이고 미덕이라 여겼다.

그러나 현대 전통시장 이미지는 정, 따스함, 덤과는 거리가 멀다. 상인들은 그대로지만 소비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정'으로 통했던 덤을 '제 가격보다 비싸게 샀을 것'이라는 의심과 '차별한다'는 인상을 준다. 상인이 건네는 과도한 친절(?) 혹은 수다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혹자는 '인심이 야박해졌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붕괴한 공동체와 무한경쟁 시대 속에 살아가는 소비자를 탓할 수도 없다. 365일 쾌적한 환경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가격을 비교해가며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지천으로 깔렸다. 시장이 살려면 상인'도' 바뀌어야 한다.

창원시가 내년부터 3년간 340억 원을 투입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시는 전통시장 혁신 마케팅, 고객 맞춤형 편의 증진, 관광산업과 전통시장 융복합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온누리상품권 구매 금액을 내년 100억 원 인상하겠다고도 했다. 청사진을 살펴보니 얼핏 화려해 보이지만 뭔가 아쉽다. 근본적인 소프트웨어 지원, 즉 '상인 교육'이 빠졌다. 그동안 전통시장 지원 사업이 빚은 '밑 빠진 독에 물 부은' 결과를 수없이 봐왔다. 이를 통해 상인이 변화한 소비자를 이해할 때라야 시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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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의 본격적 지원이 시작되는 내년. 당장에 눈에 보이는 예산편성, 마케팅, 물품 지원뿐 아니라 달라진 상인들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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