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이라는 세월 이젠 정리해야할 시점
심각하지않게 용서·사과·감사할 것

60간지로 볼 때 개띠는 다섯 종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황금개띠인 무술생이다. 내년이 바로 그렇다. 되짚어보면 58년 개띠가 또 그런데 60갑자 중 하나인 무술년을 앞두고 말들이 많다. 개띠 사람들은 강인한 성격이라 고집이 세고, 지도자 자질이 있고 사교적이되 독선적이라고 한다. 황금 개띠는 부자 되는 해라면서 연하장과 백화점 간판에 벌써 돈벌이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무술 개띠인 탓에 며칠 전 방송사에서 왔었다. 참신한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이비에스(EBS) 다큐프라임인데 이틀 동안 찍어 갔다. 내년 3월에 개띠 열전이 방영될 거라고 한다. 나는 '개띠 농부작가'로 나가는 모양이다.

연말마다 되풀이하는 버릇처럼 내년을 어떻게 맞을까 생각해 본다. 먼저, 올해 환갑을 맞았던 한 살 많은 친구가 연초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삶을 마무리하는 때로 여기겠다고 했다. 일을 벌이기보다는 정리하고, 쌓기보다는 나누고 싶다고 했었다. 60이라는 신체 나이야 옛날 사람들과 달리 혈기가 넘치더라도 정신적 나이, 영적인 나이로 봐서는 그래야 하는 세월이다. 동갑내기 여러 단위에서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환갑여행 준비 어디에도 들지 않은 게 다행스럽다. 그동안 시끄럽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는 고요하게 지내는 게 좋겠다.

한 갑자인 60년이라는 세월은 원래 그런 의미이기도 하다. 근본에서 달라지는 때다. 덤으로 산다 여기고 하고 싶은 게 있더라도 그게 욕심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집착은 아닌지 바로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하늘의 뜻과 땅의 이치를 알고 거스르지 않으며 이를 새기고 살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다. 이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 할까. 내가 환갑을 맞는 개띠인 줄 알 리가 없는 어느 분이 얼마 전에 지나가듯 제안을 하나 하셨다. 나더러 백일기도를 해 보라는 것이었다. 내년 초에 어머니 3년 탈상과 맞물려 있어 오래전부터 내가 그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걸 안듯이 말이다. 인화물질에 불이 댕기듯 그분의 제안에 전율을 느끼며 나는 1단계로 49일 기도를 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국내외 아는 수도원과 명상센터를 몇 군데 검토하다가 내 생각에 적극 동조한 아들의 권유에 따라 일상을 유지하면서 기도생활을 하기로 했다. 역시 아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집에 별도의 수련방을 꾸몄다. 어머니 영정과 향을 마련했고 아는 친구가 기도실에 어울리는 히말라야 소금 등을 갖다주었다. 49일 기도생활의 일상 계획과 특별 일정도 짰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심각하지 않고 즐겁게.

초등학교도 2부제 수업이 시작되었고 고등학교 연합고사나 대입 예비고사와 본고사까지 역대 가장 높은 경쟁률을 치른 세대. 58 무술 개띠의 이력서는 화려하다. <58년 개띠>라는 시집이 두 권이나 나와 있다. 개 팔자 상팔자라느니 죽 쒀서 개 줬다느니 개와 관련된 속어도 많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개밥에 도토리. 개수작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등 끝이 없다. 도둑맞으려니 개도 안 짖는다. 지나가는 개가 웃는다…….

전희식.jpg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저지른 잘못들. 용서를 구해야 할 일, 사과해야 할 사람, 감사드려야 할 일들이 많다. 세상 모두를 위해서는 나를 향해 두 손 공손히 모아 기도할 때가 된 듯하다. 존경하는 어느 목사님의 기도가 떠오른다. "오늘만이 내 날이요, 주님 만날 준비는 오늘뿐이다. 오늘 일 내일로 미루지 말고 섬기고 헌신하기에 열심을 다하라."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