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
교열기자 출신 저자, 4년간 블로그·SNS 올린 글 모아 '출간'
무분별한 외국말 실태 비판…"좋은 우리말 찾는 노력 절실"

'~각이다' 'ㄱㅇㄷ(개이득)' 등 10대 청소년들이 사용한다는 '급식체'나 한글 자음과 모음을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바꿔 표현하는 '야민정음' 등 특히 온라인 공간에 문법이 파괴된 말이 넘쳐난다.

이는 오프라인 공간까지 확대돼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스튜핏." 방송에서 유행어가 된 이 말은 '멍청한(stupid)'이라는 뜻임에도 듣는 사람이 낄낄대며 즐거워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

경상대학교 이우기 홍보실장이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를 펴냈다. 부제는 '올바른 말글살이를 바라는 쓸모 있는 걱정'.

경상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온 저자는 <경남일보> 교열부 기자로 일했고, 1994년부터 10여 년 동안 '진주 우리말 우리글 살리는 모임',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에서 활동했다.

경상대 이우기 홍보실장이 최근 펴낸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우리말에 대한 관심은 여전해 최근 책까지 내게 됐다.

"평소 우리말에 관심이 남다르게 많았습니다. 길을 가다가,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가 잘못 쓰인 우리말을 보면 혼자 화내곤 했죠. 그러다 3~4년 전부터 블로그나 카카오스토리 등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을 추려서 이번에 책을 내게 됐습니다."

이 실장은 우리말 체계가 외국어에 오염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예전에는 맞춤법에 틀린 말이 있으면 바로 지적하곤 했습니다. 식당에서 '찌개'를 '찌게'라고 써 놓은 것을 보면 주인에게 이야기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이 표준어, 맞춤법에 맞게 생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말이 있는데도 필요 없이 외국말을 쓰지 말자는 겁니다. 이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실장은 '쇼핑관광축제'라고 하면 될 것을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고 한다거나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난기류, 순간돌풍을 '윈드시어'라고 하고, 도로에 끼는 살얼음을 '블랙 아이스'라고 하는 것들을 꼬집었다.

물론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텔레비전'처럼 우리말로 대체하기 힘들 만큼 생활에 굳어진 말도 많다.

"누가 '가방'을 우리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습니까.(가방은 중국어나 네덜란드어가 일본을 통해 들어온 말이라는 설이 있다.) 그렇게 굳어지기 전에 우리말을 찾는 노력을 하자는 겁니다. 스모킹 건, 블라인드 채용, 스크린도어 등 외국어를 쓰면 고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린도어를 안전문이라고 해도 젊은 사람들이 모르지는 않아요. 계속 쓰면 익숙해집니다. 익숙하다는 것은 오랫동안 써왔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익숙한 것은 아니죠. 문제는 안전문이라고 쓰는 사람과 스크린도어라고 쓰는 사람 사이에 벽이 생긴다는 겁니다. 말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이건 아주 위험하고 심각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말을 올바르게 쓰는 것이 중요할까.

"흔히 말과 글은 생각을 담는 도구라고 합니다. 집사람, 와이프, 아내, 곁님은 모두 같은 대상을 일컫지만,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릅니다. '집사람'은 낮춰 부른다는 느낌이고 '곁님'은 존중하는 의미로 들립니다. 말은 어떤 사물을 가리키거나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 말을 쓰는 사람의 생각, 사상,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책 내용은 크게 다섯 마당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 마당은 '영어에 머리 조아린 불쌍한 우리 얼'이다. 슈퍼리치, 빅텐트, 게이트 등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온갖 외국말에 짓눌린 우리말 실태를 고발한다.

둘째 마당은 '우리말 속에 낀 뉘를 어찌할까'. 샤방샤방, 멘붕, 무한리필, 시월드·처월드와 같은 말을 분석하고 비판한다.

<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 > 이우기 지음

셋째 마당은 '비틀어지고 배배 꼬인 우리말'이다. '~러' '~느님' '국뽕'과 같이 낯설고 황당한 우리말을 지적한다.

넷째 마당은 '아직도 중국 귀신을 떨치지 못한 우리말'로, 우천시, 수高했3, 수입산과 같은 말이 바르게 쓰인 말인지, 바르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다섯째 마당은 '새로 만든 꽤 괜찮은 말'로 초록초록하다, 치맥, 엄지척, 혼밥, 웃프다, 심쿵, 어마무시하다, 쓰담쓰담과 같은 말을 소개한다.

다만, 이 실장은 "잘 만든 말인가 아닌가 하는 판단은 주관적"이라고 전제했다.

"제가 괜찮은 말이라고 고른 기준은 먼저 말맛이 좋은 것, 가능하면 고유어로 만든 것, 그리고 노인이나 중학생 정도의 사람도 들으면 무슨 말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거나 간단한 설명을 들으면 알 수 있는 말입니다. 가령 '쓰담'이라는 말은 '쓰다듬다'를 줄인 말도 아니고 명사형으로 만든 말도 아닙니다. 잘못 만들어진 말이죠. 그러나 누구나 '쓰담쓰담'을 들으면 쓰다듬는 모습을 떠올릴 겁니다. '어마무시하다'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시무시하게 무서운 것을 떠올릴 테죠. 하지만 60~70대 노인들이 '썸 타다'가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이런 말을 꼭 쓰자고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살아남을지, 없어질지 지켜보자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언론의 역할을 말했다.

"새로운 외국어가 들어왔을 때 방송이나 신문에서 너무 무분별하게 쓰고 있습니다. 개인 간에는 잘못된 말을 쓸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대로 나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예로 든 것이 전부 언론에 나온 본문이나 제목입니다. 언론이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지금처럼 심하게 우리말이 오염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 책이 우리말을 올바로 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주문형 인쇄' 방식으로 나왔다. 출판사 누리집에 '파일'로 저장되어 있어 책을 사려는 사람이 출판사 누리집이나 온라인 서점에 주문하면 단 한 권이라도 인쇄, 제본해 발송한다. 진주에서는 진주문고에서 살 수 있다.

329쪽, 부크크 펴냄,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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