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처럼 꼭꼭 숨어있는 영적 공간
미로처럼 얽힌 외부와 달리 내부는 평온 그 자체
종교시설이자 건축작품…천주교 성지로도 인기

TV 채널을 돌리다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에서 멈췄다. 마침 건축가 유현준이 현대 건축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축물은 재료가 단순하면서 형태는 복잡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한 건축물이 떠올랐다. 창원 마산회원구 천주교 마산교구 주교좌 양덕동 성당(양덕성당)이다.

양덕성당은 붉은 벽돌로 만들었으며, 외부 구조가 복잡성을 띤다. 구조의 복잡함과 벽돌은 건축가 고 김수근(1931~1986)의 특징이다.

양덕성당 내부의 근엄한 풍경. /최환석 기자

김수근의 건축 기법은 국립진주박물관에서도 읽힌다. 진주성 안에 지은 건축물은 낮게 깔린 형태와 수평적 구도를 보인다. 또한 내부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입구에서 곧바로 2층으로 통로가 이어지고, 시계방향으로 돌아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는 다시 반시계방향으로 돌게끔 유도하는 형태는 3차원에 그려진 'ㄹ'자를 닮았다.

양덕성당은 복잡한 외부와는 달리 내부에서 평온을 찾는다. 마치 험준한 구도의 길을 지나면 깨달음이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무신론자였던 김수근은 1970년대 후반에 들어 종교와 조우했다. 절대적 신의 존재는 믿었으나 오직 교회 안에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첫 종교 건축이 바로 양덕성당이다. 복잡한 형태의 외부는 상징적이며 내부는 영적인 공간의 특성을 살린다.

양덕성당 외벽에 1978년 한국건축가협회 수상 작품을 설명하는 동판이 붙어 있다.

김수근의 종교 건축은 경동교회, 불광동성당으로 이어진다.

김수근의 종교적 이해는 세 건축 과정을 거치며 얼개를 갖췄으나, 이는 곧 양덕성당에서의 첫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일 것이다.

양덕성당은 형태는 단순하나 재료가 다양한 현대 건축물 틈에서 낮고 고상하게 빛난다.

2층으로 향하는 통로 앞에 성가정(아기 예수·성모 마리아·성 요셉으로 구성된 가정을 일컫는 말) 상이 있다.

양덕성당은 '성가정'을 주보(성당이나 신자를 지키는 수호천사)로 정했다. 1979년 4월 14일 성당이 마산교구 주교좌 성당으로 정해지면서 주보는 '예수 성심'으로 바뀌었다.

양덕성당 외벽 예수상이 빛을 받아 옆 건물 외벽에 영롱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김수근에게 양덕성당 설계를 맡긴 것은 초대 주임으로 부임한 박기홍(조제프 플라츠·현 몬시뇰) 신부의 선택이었다.

박 신부는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를 물었고, 여러 건축가 사이에 김수근이 놓였다.

김수근 사무실 정문과 문 앞 부처상을 본 박 신부는 김수근이 성당도 지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성당은 기공식을 치르고 1년 만인 1978년 11월 완공했다. 봉헌식은 그해 11월 25일이었다. 또한, 그해 한국건축가협회 수상 작품으로 꼽혔다.

양덕성당 성가정상.

성당의 내부는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의 표정이 가장 밝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덕분이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빛을 한 번 깎아내니, 육각형 천장과 이를 받치는 여섯 개의 기둥, 그리고 정면의 예수 십자가상이 더욱 근엄하다.

한 노인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기도를 하던 노인이 갑자기 눈물을 훔친다. 무슨 사연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바라본다.

성당 외벽을 따라 벽돌의 질감을 체험하고 떠나려던 찰나 성당 옆 건물 외벽에 시선을 뺏긴다.

성당 외벽에 세워진 예수상이 빛을 받아 옆 건물에 영롱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정면에서 바라본 양덕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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