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5년 전 어느 일간지의 주폭(酒暴)에 관한 기획 취재의 이 명제가 요즘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봇물을 이뤘다는 '주취(酒醉) 감경 폐지'를 진작 비춰준 거울이었구나 싶어 새삼 돋보입니다.

옛 서당의 한 엉터리 훈장에게 〈대학〉 책을 펴 든 학동이 묻습니다. "여기 써 있는 '大學之道(대학지도)'가 무슨 뜻인지요?" 당황한 훈장이 둘러댑니다. "너희들은 왜 내가 술에 취했을 때만 묻는 거냐?" 귀가한 훈장이 부인에게 그 질문 얘기를 하자 이렇게 가르쳐줍니다. "〈대학〉은 책 이름이고 '之道(지도)'는 그 책 속의 도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다음날 훈장 왈, "오늘은 나 술 안 취했다. 왜 한 놈도 질문이 없느냐"면서 '大學之道' 뜻을 말해줍니다. 순간 그 학동이 '在明明德(재명명덕)'의 뜻이 뭣이냐고 묻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 훈장이 말합니다. "가, 가만 있어, 난 또 술이 취해 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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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훈장의 술 핑계야

웃음을 자아내는 일이지만

살인에 "술이 취해 그만…"

그 핑계엔 웃음이 가시네

그동안

재미 봐 온 '주취 감경'

이젠 발 못 붙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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