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17]제조업, 중견 성동·STX조선 고전…생존 여부 내년 초 판가름
대형조선사도 적자 누적
KAI 사장 교체 뒤 안정, 건설기계 판매 호조 위안

경남의 조선산업은 올해도 어두운 터널 속에 있었다. 유동성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대우조선해양, 영업적자를 공시하며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발표한 삼성중공업, 산업경쟁력 진단을 거쳐 내년 2월께 운명이 결정될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 도내 조선해양 대표 기업들은 올해도 고전했다. 경남경제는 올해 전반적인 수출 호조와 소비 심리 개선으로 다소간 회복세를 보였지만 광공업생산지수, 제조업과 비제조업 업황 전망은 여전히 낮아 본격적인 경기 호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운명의 시각을 맞이할 두 중견조선사 = 일부 증권사 연구위원과 조선산업 전문가들은 올해 초 "NOx(질소산화물)와 SOx(황산화물) 배출 기준 강화 등 국제해사기구(IMO)의 강력한 환경 규제 조치를 2020년까지 이행하려면 올해부터 건조한 지 오래된 상선을 중심으로 대형 선사(해운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가장 먼저 탱커(액체운반선)가 그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바닥 수준의 낮은 선가(배 값)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대형 선사를 중심으로 한 신규 선박(주로 상선) 발주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이런 조선산업 불황에 도내 양대 중견조선사(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는 신규 수주에 애를 먹었고, 두 조선사 대주주인 국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 요건을 완화하지 않아 수주가 더 어려웠다.

통영시 광도면 안정공단 내 성동조선해양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그나마 STX조선해양은 형편이 다소 낫다. 이 회사가 올해 수주했거나 내년 초까지 옵션 발효가 유력한 선박을 합치면 모두 16척이다. 수주 (예상) 금액도 5000억 원에 가깝다. 하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 11월 RG 발급을 해주면서 요구한 '고정비 30% 감축'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임직원이 순환 유급 휴직 중인데도 '고정비 30% 감축'을 하고자 STX조선은 지난달 말 추가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다.성동조선해양 상황은 좀 더 나쁘다. 성동조선 현장은 21일 현재 올해 할 수 있는 모든 선박 건조작업을 끝내고 텅텅 비어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수주 실적은 겨우 5척이며, 이마저 설계 단계라서 내년에야 선박 건조를 할 수 있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추가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까다로운 RG 발급 요건을 내세워 쉽지 않다"며 요건 완화를 줄곧 요구한다. 성동조선은 현재 정규직 1250명 중 760명 정도가 임금 70% 정도를 받는 유급휴직 중이다.

특히 두 중견조선사는 금융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 조선산업을 구조조정한다는 정부의 새 방침에 따라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주관으로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이 컨설팅 결과에 따라 두 회사의 생존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 컨설팅은 이르면 내년 1월 말, 늦어도 2월께는 나올 예정이다. 운명의 시각이 다가오는 셈이다.

◇유동성 위기에 몸부림치는 거제 양대 조선소 = 국내 대형 조선해양 3사 중 2개사(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몰린 거제지역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썰물처럼 빠진 인력으로 외곽지 원룸은 텅텅 비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올해 위기를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회사의 올해 수주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말 이미 올해 연간 수주 목표액인 65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대우조선해양도 21일까지 올해 목표 수주액인 28억 달러를 넘어선 29억 4000만 달러(25척)를 기록했다. 지난해(15억 5000만 달러)의 약 두 배 실적이다.

조선산업살리기 경남지역공동대책위가 지난 14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중견조선소 회생정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문제는 몇 년간 이어진 적자 누적에 따른 운영자금 부족 등 유동성 위기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4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의 2조 9000억 원에 이르는 신규 자금 투입과 채무 재조정으로 유동성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지난 10월 30일부터 주식 거래가 재개되면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할 길이 열려 숨통을 틔웠다. 삼성중공업은 올해(영업이익 -4900억 원)와 내년(-2400억 원) 대규모 영업적자 발생을 예고했고, 이에 따라 내년 5월 초까지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이번 달 초 밝혔다. 유상증자로 부족한 자금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경남경제는 여전히 경색 국면" = 경남발전연구원은 현재 경남경제 상황을 두고 "여전히 경색 국면"이라고 했다.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경남경제동향 2017년 10호>에서 올해 경남경제 상황을 두고 "취업자 증가, 실업률 하락 등 고용여건 개선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소비자심리지수가 최근 6개월(5∼10월) 연속 기준치(100)를 웃도는 등 일부 경제 지표들이 개선됐다. 하지만, 광공업생산지수, 제조업과 비제조업 업황 전망은 낮은 수준으로 경남의 경기는 여전히 경색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경남 제조업 위기는 현재형이다. 현대위아는 사드 후폭풍과 중국 정부의 '자동차 굴기 정책'에 따른 자국산 애용 움직임 등이 겹쳐 올해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함께 힘겨워했다. 두산중공업은 새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라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분야 사업 확대를 꾀하지만 기존 매출 감소 폭을 당장 메우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하성용 전 사장 등 전 경영진의 방산비리와 개인비리 수사, 수리온(KUH) 헬기 성능 논란 등이 한꺼번에 몰아쳐 어려움을 겪다가 김조원 신임 사장을 지난 10월 말 맞이하고 최근 정부 지원 항공정비(MRO)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 경남 제조업에서 위안거리를 찾자면 건설기계 판매 호조, 한화테크윈과 그 계열사들 방산 부문의 여전한 성장세, LG전자 가전 부문 판매 호조 지속 등을 들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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