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정부가 지원하는 항공정비(MRO)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경남도는 이 사업으로 국외 유출비용 1조 3000억 원의 국내 전환, 일자리 창출 4000여 명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기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KAI의 항공정비 사업자 선정은 이미 상당부분 예견된 결과라고 해도 무방하다. 왜냐면, 국내 항공우주산업에서 KAI가 차지하는 위치는 사실상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KAI와 항공산업을 놓고 온갖 추문과 비리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도 또 다른 현실이다. 수리온 헬기 개발사업 과정에서 벌어졌던 비리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즉, 불량부품 문제에서 시작하여 결론적으론 헬기의 운항 가능성마저도 의문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비행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헬기를 만드는 사업체라는 꼬리표는 KAI가 국내 항공우주산업에서 지닌 독보적 위치라는 경쟁력마저 흔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KAI의 항공정비사업자 선정이 그리 손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지난 시절 KAI가 저지른 잘못을 더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른 기관을 통한 견제와 감독은 필요해 보인다. 게다가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는 결코 KAI라는 한 개 기업에 달린 것이 아니라 사천에 만들어질 항공우주산업 관련 산업단지 입주기업과 협력기업 전체의 몫이다. 현재 항공우주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지닌 산업 경쟁력은 초기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항공기 운항, 정비, 제작의 과정을 분리해서 살펴보면 국내 항공사들이 시장에서 운항 경쟁을 하는 정도이다. 물론 우주산업은 국내에서 발사 로켓추진체 제작에 성공하면 세계 10위권 내로 진입이야 하겠지만 위성사업을 할 수 있는 국가는 매우 제한적이다.

KAI가 맡고 있는 군용기 조립제작 역시 매우 낮은 부품국산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핵심부품을 모두 수입해서 조립만 하는 게 과연 산업경쟁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냐는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즉, 부품의 국산화와 정비산업의 체계화라는 현실적 목표를 설정해서 단계적 이행을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산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앙정부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책임지는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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