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원 '대체-보완재' 관계 명심
'하대문화' 벗어나야 올바른 분권 가능

모든 화는 말(입)에서 시작된다. 예나 지금이나 말 때문에 말썽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래서 성인들은 일찍이 세 치 혀끝을 조심할 것을 경고했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과도 비례한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화를 입지 않으려면 누구나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김해시의회가 공무원들에게 반말을 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시 공노조는 최근 시의원들을 향해 '시의원님, 반말 그만하세요'라는 대형 펼침막을 시 청사에 내걸었다가 8일 만에 내렸다. 공무원을 아랫사람 대하듯 '하대'하는 시의원들의 반말 횡포에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문제는 시의원들의 이런 행태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창 지방분권이 화두로 떠오른 마당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 실현은 민선 의원들의 자질이 뒷받침될 때 탄력을 받게 된다. 시의회는 의원의 폭행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품위가 추락한 상태다.

'의원 반말' 사건 이후 또 다른 의원은 시 공노조 지부장에게 "세월호 배지를 여태 달고 있느냐"고 해 논란을 빚었다. 모두 말이 화를 부른 사례들이다. 두 사태는 시의회 의장의 사과표명으로 무마되긴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존경심은 상대가 지위가 높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낮춰야 상대가 올라가는 이른바 '저울과 시소'와 같다. 공무원에게 대접을 받겠다면 먼저 공무원을 대접하는 게 순서다. 의원은 명예직으로 품위가 생명이다. 품위가 추락하면 존경심도 사라진다.

이와 별개로 김해시장은 최근 지방분권 실현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중앙정부의 재정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재정분권만이 지방이 살길이라며 공·사석에서 지방분권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분권 실현은 민선 시장과 민선 의원들이 합심해도 시원찮은 판에 서로 엇박자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의원과 공무원은 서로 '하대'가 아닌 존중과 협력하는 관계여야 한다. 가뜩이나 권한을 지방에 뺏기지 않으려는 중앙정부가 '칼'을 다룰 줄도 모르는 지방정부에 '칼'을 맡길 리는 만무하다.

의원들의 공직자 '하대'에는 공직자들의 책임도 크다. 그들 스스로 의원들 앞에서 '영혼 없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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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와 의원은 갑을, 상하 관계도 아니다. 모두 시민 세금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대체-보완재' 관계다.

세상은 이미 '현미경과 망원경'을 내시경으로 꽂아 상대를 훤히 들여다보는 시대다. '시의원 반말, 공직자 존댓말'은 사라져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

세사의 영웅들도 집 밖에서는 존경받지만 집 안 하인 앞에서는 온갖 짜증과 불만을 드러낸다. 그들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왜 '하인 앞에서 영웅이 없다'는 말이 나왔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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