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리아·워마드 중심 논쟁 인식 왜곡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인간평등 문제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핫한' 이슈이긴 한가보다. 얼마 전 <차이 나는 클라스>라는 프로그램에는 이나영 중앙대 교수와 오찬호 작가가 나와 페미니즘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강의가 대중적인 프로그램에 나오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달라지긴 달라졌나 보다.

미국의 온라인 사전 메리엄-웹스터는 2017년 올해의 단어로 '페미니즘'을 선정했다고 하니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 한정된 것만은 아닌 듯하다. 미국에서 페미니즘이 올해의 단어가 된 데에는 '#metoo' 캠페인이 한몫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이 이렇게 화두가 되기 시작한 것은 '강남역 살인 사건'이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일상 속에 공기처럼 존재했던 성차별과 폭력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그것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은 몇 년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어 왔다. 언젠가부터 페미니즘 서적이 베스트셀러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여성을 비하하던 용어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의 등장이 곧 페미니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중심으로 한 여성혐오, 남성혐오의 뜨거웠던 논쟁은 최근에는 진짜 페미니즘과 가짜 페미니즘 논쟁으로 확산하였다. 대마초 흡연으로 법원에 출석했던 연예인 지망생이 명품 착용으로 비난을 받자 자신을 비난하는 남성들을 '한남충'으로 싸잡아 버리면서 자신은 페미니스트라 선언했다.

이 일로 페미니스트란 용어가 한때 검색어 1위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그 여성은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반감을 보여 페미니스트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 것인지 궁금하게 했다. 최근 유아인은 장장 2주에 걸쳐 네티즌과 소위 진짜 페미니즘과 가짜 페미니즘 논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이 같은 연예인들의 페미니즘 논쟁은 한편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 씁쓸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페미니즘은 하나의 낙인이었다. 따라서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이 주저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페미니즘이 자신을 방어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페미니즘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타인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가 페미니즘을 보다 보편화시키고 다양한 문제인식을 던져 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페미니즘이 보편화하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각자의 페미니즘이 있을 수 있고 그 속에서 충돌과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 지금의 논쟁을 보면 페미니즘은 여전히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페미니즘은 남성혐오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다. 남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저항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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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남성을 주체로 하고 여성을 타자로 위치 짓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이 문제제기에는 단순히 여성뿐 아니라 타자로 배제되는 모든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이 타자를 배제하고 공격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이나영 교수는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녀 모두, 즉 인간이 불평등을 당하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학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 그 속에서의 보편화를 반기면서도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페미니즘이 세상을 보다 평등하게 보는 관점이자 배제에 대한 문제의식이라는 근본적 가치를 훼손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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