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자유한국당은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국 62곳의 당협위원장이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 가운데 경남 5곳의 당협도 포함되었지만, 발표 전부터 이미 소문이 무성한 터여서 그리 큰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현재 진행되는 자유한국당의 인적청산이란 박근혜 물빼기이자 보수정당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친박으로 대표되는 구시대의 유물을 어떤 식으로든 처리하지 않고는 당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의 표현이다. 올해 대선이나 경남의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이미 참패를 경험한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 인적청산을 통한 당의 쇄신작업은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자격박탈이 된 당협위원장들은 하나같이 이번의 조치를 두고 친박 정치인들에 대한 표적 감사가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친박 라인에 줄을 대었으면서도 홍준표 대표체제에도 충성해 온 몇몇 인물들은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마치 '아무 말 대잔치'를 방불케 하는 극언이 오가다 보니 자유한국당이 추진하는 당의 인적정리가 과연 보수정당의 가치관 확립이나 이념적 정합성에 부합하는지 의문마저 든다. 자유한국당이 변화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인적청산 정도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박근혜 정권이 무엇 때문에 붕괴하였는지에 대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경남지역 유권자들은 시대의 변화를 이미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보수정당의 일방적 독점이라는 정치지형은 사실상 붕괴했다. 지난 경남의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홍준표 후보를 절반 정도의 차이까지 보이면서 여유롭게 승리한 곳도 있다.

경남지역 정치지형의 변화에 단순한 인물교체로만 대응한다면 그건 정말 우둔한 선택일 수 있다. 시대는 분명히 변화하고 있는데 과거의 영화에만 의지하는 건 시간을 거꾸로 돌리려는 무모함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의 인적 청산이 빛을 발하려면 적어도 보수주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려는 적극적인 의사표명 없이는 과거의 멍에로부터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다는 사실도 이젠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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