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성완종 리스트' 대법원 판결이 열림에 따라 홍 대표는 다시 정치인생의 기로에 섰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가 세상에 나오고 홍 대표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지 2년이 흘렀다. 선거를 앞둔 제1야당 대표 처지에서 홍 대표가 받는 최종 판결은 그의 정치적 입지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선거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시 1심의 유죄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덕분에 홍 대표는 올해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대법원 판결에서도 무죄가 선고된다면 홍 대표는 판결을 명예회복으로 삼아 당권을 확고하게 틀어쥠으로써 홍준표 체제로 선거를 준비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 반대로 대법원이 2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을 뒤집는다면 당내 친박 세력의 반발로 그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다. 자칫 당권은 고사하고 정치 생명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로 몰릴 수도 있다.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홍 대표에게 돈 심부름을 했다고 자백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녹취록·메모 등의 증거능력이나 윤 전 부사장 진술의 구체성을 인정했음에도 돈이 전달됐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 공여자가 이미 숨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엄격한 증거주의에 입각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은밀하게 거래되는 뇌물 수수의 속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당시 재판 결과에 따라 홍 대표의 대선 출마가 좌절될 수 있는 상황에서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재판부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이번 재판 결과는 해당 정치인이나 정당의 미래가 걸려있기도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치인이 관여된 뇌물 재판은 일반인보다 더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언급한 8인 중 기소된 홍 대표와 이 전 총리의 판결에 따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성완종 리스트는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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