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사 후보군 애매한 입장 계속
사정 이해하지만 조속한 결단 기대

누가 뭐래도 경남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승패 전망에 앞서 예의 모든 시선은 '누가 도지사 후보로 나설 것인가'에 쏠려 있는데, 거론되는 여야 유력 인사 대부분이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다. 물론 다른 사람도 아닌 정치인의 말이다. 겉으로는 '안 나간다'지만 속내는 또 그와 다른 인사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인공이다. 조 수석은 각종 언론과 여론조사 등에 부산시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자,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다음과 같이 쐐기를 박았다.

"누차 의사와 능력이 없음을 밝혔다. 제 앞에는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 완수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저는 향후 오로지 대통령님을 보좌하는 데 전념하고자 함을 재차 밝힌다."

경남지사 후보군 중에는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조 수석 같은 '단호함'을 보인 사람이 없다. 여권의 민홍철(김해 갑)·김경수(김해 을)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주영(창원 마산합포)·윤한홍(창원 마산회원)·박완수(창원 의창) 의원 이야기다. 다만 이주영 의원은 최근 실시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로 "도지사는 생각이 없다"는 말을 스스로 90% 이상 입증한 셈이 됐다. 극적 반전은 없다고 100% 단정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나머지 4명의 의원 중 유일한 재선인 민홍철 의원은 "경남도당위원장으로서 선수단장으로 뛰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석에서 만나보면 완전히 가능성을 닫은 것은 아니다. 민 의원은 "난 정치인보다는 행정가 스타일"이라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급하면 선수단장도 운동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게 정치다.

김경수 의원은 공석이든 사석이든 부정적 의사가 확고한 편인데 국회의원 중도사퇴 후 출마는 '어렵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로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김 의원 자신이 직접 나서 추진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남지사 출마도 거의 무산된 상태라 그에 대한 당내외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홍철 의원도 "김 의원 본인은 고사 중이지만 '특별한 대안이 있겠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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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홍·박완수 의원 역시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태도지만 후보로 거론되는 게 싫지 않은 표정이다. 자타공인 홍준표 대표 최측근인 윤 의원은 홍 대표의 출마 권유가 있어 특히 주목되고, 박 의원도 각종 인터뷰에서 '일단 지금은…' '나에게 기대가 있다면…'는 말로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지방선거가 이제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부 기자로서 하소연 한마디 하면 현역 국회의원들의 경남지사 출마 문제에 반년 가까이 신경을 쏟아온 것 같다. '나갑니까 안나갑니까' 묻고 또 묻고 애매모호한 말의 행간을 읽는 데 적잖이 지쳤다. 이제 정말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려주었으면 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훌륭한 전범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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