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지역사 가이드북
사천성전투 아픔 품은 조명군총·항일 독립운동 거점 다솔사 
평소 스쳐 지나던 곳에서 '오감만족 역사 공부'자부심 쑥쑥

2017년에도 경남도민일보는 지역 학생들과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교가 지역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지역 역사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현장을 찾아 실감나게 공부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신에 대한 존중감까지 키우자는 취지였다. 밀양청소년희망탐방대 10회(밀양시청·밀양교육지원청), 우포늪람사르습지도시창녕옥야고기자단 7회(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우리고장역사문화탐방 28회(경상남도교육청), 지역역사알림이청소년기자단 18회(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이 그러했다.

여기에 '사천 초등학생을 위한 지역사 가이드북 제작 활용' 프로그램도 벌였다. 사천문화재단(대표이사 강의태)이 주관하고 경남도민일보가 진행했다. 먼저 <나고 자란 우리 사천, 이 정도는 알아야지>라는 표제로 가이드북을 만들어 사천지역 초등학교 5학년 모두에게 배포했다. 전체를 △갯벌 △명물 △전투 △항일로 갈래 지었다. '갯벌'에선 지리산 유람길의 시작점, 갯벌 문화유적 등을 소개했다. '명물'에선 항공산업, 세종·단종 태실, 고려 현종 부자 전설, 창선·삼천포대교, 늑도 유적, 죽방렴을 알아보았다. '전투'에선 사천해전, 선진리왜성, 사천성전투, 조명군총, 노량해전을 다루었다. '항일'에선 다솔사, 한용운, 최범술 등을 담았다.

사천 초등학생을 위한 지역사 가이드북.

학교별로 현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도 아홉 차례 펼쳤다. 용현·용산·대성·정동·대방·삼천포초등학교 등이 함께했다. 창선·삼천포대교, 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 선진리성, 조명군총, 다솔사, 대방진굴항, 갯벌 가운데에서 서너 군데를 선택하게 했다. '사천시 지역사 가이드북 홈페이지(http://scguidebook.com)'를 만들어 피드백도 했다. 독후감과 탐방 후기, 탐방 인증샷을 올리게 하고 내용이 그럴듯하면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주었다. 학생들 반응을 간단히 소개한다.

◇조명군총 = "임진왜란 중 치욕스런 패전 '사천성전투'에서 숨진 조명연합군을 모신 무덤이다. 얼핏 보면 왕릉 같지만 훨씬 뼈아픈 역사가 있다. 먼저 '이총(귀무덤)'을 보게 되었다. 왜군이 조선군과 명나라 군사 시신에서 귀를 베어 일본으로 보내 이총을 만들었는데 그 흙을 떼어와 안치하고 표지판을 세웠다. 지도자의 욕심으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단순히 '일본이 밉다' 정도로 끝나면 안 된다. '지도자의 욕심은 나쁜 것이며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명나라 조선 심지어 왜 군인까지도.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의 잔혹함을 잘 알려주는 무덤이다." "7000명의 군사가 묻혀 있는 무덤에도 가서 아픈 역사를 알았다. 지금도 일본이 귀와 코를 잘랐다는 말이 맴돈다. 오늘은 5학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다."

용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조선과 명나라의 숨진 군사들이 묻혀 있는 조명군총을 둘러보고 있다.

◇선진리성 = "일본인들이 벚나무를 심었다는 게 놀라웠다. 우리나라가 심었는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았었구나 생각했다. 정말 재미있고 놀랍고 신기하고 슬펐다." "임진왜란 때 일들과 우리가 예쁘다고 보는 벚꽃이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사천해전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사천의 아픔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엔 학교 동생들에게도 보여주면 좋겠다." "사천 앞바다에서는 금 같은 승리를 거두었고, 육지에서는 뼈까지 아픈 패배를 맛보았다. 진 게 너무 아쉽고 우리 선조들이 잘 싸워주어서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왜성에 돌이 70도로 쌓여 있었다. 이런 아픈 기억도 역사라는 걸 알아야겠다."

◇다솔사 = "다솔사에서는 독립운동이 일어났다고 했다. 조상님들의 힘듦, 아픔, 노력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차나무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예쁜 노란 꽃도 남아 있었다." "다솔사에는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독립운동과 풍경이다. 둘 다 잘 드러나 있었다.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유명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 책으로만 보던 걸 직접 보니 정말 좋았다." "위로 가니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있었다. 절 사진도 찍고 잎도 날리며 놀았다. 가족과 많이 와보았지만 아름다운 전체 풍경은 본 적이 없다." "독립운동 장소라니 조금 놀랐고 가슴에 남았다. 꼭 기억해야겠다."

정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렀던 다솔사 안심료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방진굴항 = "옛날에 사람들이 배를 놔뒀다가 적이 쳐들어오면 숨어서 지켜보다 배를 타고 기습하여 공격한다. 우리나라에 두 곳밖에 없는데 대방진굴항은 그대로 모습이 남아 있고 다른 하나는 많이 망가졌다고 한다." "전에도 갔었지만 그냥 보고 지나쳤었다. 다시 와서 설명도 듣고 어떻게 쓰였는지 알고 옛날 모습도 상상해보고 풍경이 예쁘다는 것도 보았다." "옛날에 전선을 숨겨두던 곳이다. 처음에는 못 믿었지만 정말이었다. 안에서 보면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또 밖에서 보면 안에 배가 보이지 않았다. 입구가 좁고 휘어져 있기 때문이라 했다. 정~말 신기했다." "사천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 사천 정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대방진굴항 안쪽을 둘러보고 바깥쪽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김훤주 기자

◇창선·삼천포대교 = "푸른 바다와 멋진 대교와 대교에 있는 인도, 지나가는 차들까지 멋져보였다. 시원한 바람까지 부는데 왠지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차로 지나가기 일쑨데 인도로 걷는다는 게 기쁘고 놀라웠다.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우리 사천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바다를 보며 걸으니 뭔가 아무렇게 뭉쳐져 있는 실뭉치가 시원하게 풀린 느낌(?)이었다."

총평은 이렇다. 아이들이 쓴 글이다. "평소에 가던 평범한 곳인데 이런 역사가 있는 줄은 몰랐다." "사천에 가볼 곳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많다는 걸 알았다." "사천에 이렇게 슬픈 역사가 있는 줄 몰랐다. 하루동안 돌아다니며 사천에 좀 더 관심이 생겼다." "이번 체험에서 많은 문화재와 뼈저리게 아픈 역사를 많이 배우고 간다. 이 체험이 계속되었음 좋겠다." "오늘은 내가 좋았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원래는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멋지고,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들, 역사적 사실들을 알고, 볼 수 있어서 기뻤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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