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17]전시·문화재
창원아시아미술제서 비평 모임까지 '실험 정신' 주목
갤러리, 청년작가 발굴 활발·상업주의 벗어난 작품 전시
지역 역사 조명한 기획·미술협회 창작 열정 돋보이기도

2017년 경남 지역 문화계를 풍성하게 한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전시·문화재, 음악·정책, 연극·영화·문학 등 문화계의 올 한 해를 되짚어 봅니다.

지역 전시장과 갤러리, 박물관 등은 '지역'만이 해낼 수 있는 강점을 여지없이 드러냈습니다. 젊은 작가들은 톡톡 튀는 발랄함과 작업에 대한 진지함을 버무려 색다른 도전을 시작했고 저마다 특징을 내세운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습니다. 또 지역이 가진 자산을 활용한 박물관의 묵직한 기획전은 관람객 발길을 오랫동안 머물게 했습니다.

◇젊은 작가 전시+비평 주목 = 뻔한 전시가 아니었다. 지난 5월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개막한 '2017창원아시아미술제:옴의 법칙'은 창원미술청년작가회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만 30세 이하 '젊은' 작가 26명과 손을 잡은 기획전시였다. 성공이 곧 꿈인 우리 사회의 맹목적 태도를 되돌아보고 습기 가득 찬 창원의 반지하 작업실을 보여주는 등 삶의 부조리를 실험적이고 끈기있는 작품으로 풀어냈다.

또 이들 중 일부가 모여 지난 7월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위플레이'는 누구나 만질 수 있는 능동형 전시를 표방했다. 창원문화재단(대표이사 신용수)은 '문화예술특별시 선포 1주년'에 지역 젊은 작가를 앞세웠고 전시는 시민의 참여로 빛이 났다.

2017창원아시아미술제 : 옴의 법칙에 전시된 작품. 창원지역 작가들이 끈기있게 작업한 작품이 전시실을 가득 채웠다.

잠깐 들어섰다 사라지는 상점 '팝업스토어'도 갤러리에 등장했다. 장두영 등 청년작가 5명이 지난달 BNK경남은행갤러리에서 '산 넘어 산-팝업스토어전'을 열었다. 마치 옷가게 같은 전시장은 관람객과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한 그들만의 생존법이었다.

'사림 153'(대표 심은영)이라는 비평교류모임도 주목 받았다. 올해 1월 심은영, 김서현, 감성빈, 이미영, 장두영, 최수환, 최승준 작가 등은 서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심은영 작가 작업실(창원 사림동) 등에서 작품 비평을 하고 있다. 앞으로 주류 비평에서 소외되는 지역 작가들의 사유 흔적을 남기는 아카이브 모임으로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롭게 문 연 공간 넷 = 신흥갤러리의 선전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겼다.

지난 4월 창원 '갤러리 리즈디(RISD)'가 문을 열었다. 배부순 관장이 상남동 73-2 위드필타워 206호, 오피스텔 건물 속에 갤러리를 심었다. 몇 년간 창원 지역 갤러리에서 전시 기획·아트 딜러로 경험을 쌓은 배 관장은 전시뿐만 아니라 기업과 의기투합해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청년작가 프로젝트' 등을 벌이고 있다.

김해 휴갤러리 전시에서 최수환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해 '휴갤러리'는 서양화가로 활동하는 강현주 작가가 전문 상업갤러리로 내세운 것이다. 천장이 높은 43㎡ 남짓한 공간은 설치조각이 잘 어울리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특히 김근재, 최수환 작가의 초대개인전은 이곳 매력을 더없이 뽐냈다.

창원 창동예술촌에도 '소담갤러리'가 생겨났다. 창동예술촌 입주작가들이 사용하던 소담한 부엌을 관람객이 문밖에서 보는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창동예술촌 사무국이 색다른 작품을 내놓은 작가를 발굴해 전시를 열고 있다. 현재는 바코드처럼 찍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자신의 캐릭터로 형상화한 정풍성 작가의 조각품을 볼 수 있다.

'로그캠프'는 또 다르다. 창원대학교 기숙사 후문 바로 앞 건물에 있는 전시장은 장건율·방상환·박준우 작가가 사비를 털어 만든 대안공간이다. 문턱 높은 미술관의 권위주의와 갤러리의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데 중점을 둔다. 로그캠프는 작가들이 처음 머무르는 장소이자 성장의 초석을 다지는 전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산 넘어 산-팝업스토어' 모습. 장두영 작가 작품이다.

◇지역콘텐츠가 돋보인 박물관 = 국립진주박물관이 내년 2월까지 정유재란 7주갑(420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전 '정유재란 1597'을 연장하는 이유는 시민과 관련 연구자들의 요청이 컸기 때문이다. 420년 전 동아시아 3국의 국제전쟁인 정유재란의 전체 과정을 주요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만날 수 있다. 또 전쟁 이후 동아시아 삼국이 겪게 된 정치·경제적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밀양'을 꺼냈다. 지난해 '거제'에 이은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밀양의 역사를 여러 유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표충사 청동은입사향완(국보 제75호)과 새롭게 보물로 지정 예고된 표충사 삼층석탑 출토 소형불상 등 문화유산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해박물관은 도내 시·군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하나씩 조명하고 있다.

도내 미술단체 회장단의 합동 개인전 모습. 김재호 작가 작품이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은 '술(酒)의 도시 마산'을 선보였다. 술을 빚기에 좋은 물과 기후를 가진 마산은 일찍이 주조산업이 발달했다. 마산박물관은 술항아리, 백자주병, 옛 사진 등을 공개하고 지금은 사라진 그 시절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지역민의 헛헛한 마음을 달랬다.

◇명성 그대로 보여준 작품들 = 지난 7월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53일간 열렸던 '앤서니 브라운'전은 창원문화재단 창립 이후 실내 전시 관람객 최다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 2만 828명을 기록해 흥행에 성공했다.

전시는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을 주제로 국내외 다양한 작가의 컬래버레이션을 내걸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화 작가를 만날 기회로 대학생과 아이를 둔 가족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앤서니브라운전 모습.

또 지역 미술단체인 경남민미협과 창원민미협은 그들이 걸어온 길 그대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풀어내어 사회문제를 작품화했고, 도내 미술단체를 이끄는 회장단(천원식, 정희정, 김재호, 우순근, 임덕현, 이병호)이 모여 합동 개인전 '육각수'를 열어 작품 창작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역 미술협회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온 이상헌 조각가는 최근 25년 만에 첫 번째 개인전을 창원 그림갤러리에서 열었다.

또 국외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페이스 1326'은 올해 홍콩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아트페어에 참가해 장치길, 노은희, 여원 등 지역 작가들의 가능성을 엿봤다.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위플레이'전. 이성륙 작가가 시민이 그린 그림을 벽면에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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