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17] 유통
계란·생리대·요가매트·휴대폰 케이스 등 화학물질 공포
상권 활성화 청년몰 명암…창원 새 유통공룡 등장 논란

2017년 경남지역 유통가에는 소비자 주권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많았다. 살충제 계란, 햄버거병, 유해 생리대 등 '당연히' 믿고 쓰던 제품들이 논란을 일으키자 소비자 스스로 제품 성분을 꼼꼼하게 따지고,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쓰는 등 주체적인 소비 움직임을 시작했다. 이 밖에 올 한 해 유통가 이슈는 어떤 게 있었을까.

◇먹을거리 등 소비자 불신 = 올해는 생활용품과 먹을거리 관련 사건·사고가 잦았다. 정부 조사결과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목격한 소비자들은 쉽사리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메탄올 물티슈' 논란은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큰 불안을 안겼다. 당시 유한킴벌리는 제조과정에서 실수라고 해명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탄올 수치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8월에는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져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한 시민단체가 특정 생리대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최근 생리대 전수조사 결과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밝혔으나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 밖에 요가매트, 휴대전화 케이스 등에서도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발표가 이어져 심각한 불신 여론이 형성됐고 급기야 '케미컬 포비아(화학물질 공포)'가 확산하기도 했다.

먹을거리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지난 8월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동이 국내에 번지면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은 모두 폐기 처분했고, 한때 계란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일명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논란도 있었다. 5세 어린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신장 장애가 생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사건은 검찰 조사 중이다.

지난 8월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자 대형유통매장서 판매를 중단했다. 창원의 한 유통매장에 계란 진열대가 텅 비어 있고 판매 중단관련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청년몰의 몰락과 재도전 = 2017년 하나의 청년몰이 문을 닫고, 하나의 청년몰이 문을 열었다. 첫 번째 실패를 딛고 두 번째는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지난해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에 문을 열었던 청춘바보몰의 12개 점포가 모두 문을 닫았다. 성공 청년창업과 기존 상권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청춘바보몰. 좋은 취지였지만 열악한 시설, 복잡한 구조, 노후화한 상권 등 여러 문제점에 부딪히며 결국 실패라는 쓴 열매를 맺었다.

이달 초 창원 마산회원구 회성종합시장 2층에 새로운 활기가 스며들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뜻의 '창원이음몰'에 청년상인 점포 5개가 입점한 것이다.

창원이음몰은 청년 상인들이 전통시장 빈 점포를 활용해 창업한다는 콘셉트는 유지하되 청춘바보몰의 전철을 밟지 않고자 과감하게 '선택과 집중'을 했다.

윤동주 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 본부장은 "새로운 점포로 인구를 유입해 기존 상권을 살리겠다는 욕심보다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성공 사례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접근성과 유동인구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배달·주문제작 위주 점포로 구성했다. 입주업체로는 반찬배달 서비스 '라온푸드', 샌드위치·과일 도시락 '아토박스', 포장 냉동생선 '윤앤피쉬&',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맛있는 선물', 재활용 토털공예 '조무락 놀이터'가 있다.

◇스타필드 이슈에 시민 두 동강 = 최근 신세계 그룹이 창원에 스타필드 개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찬반 의견이 더욱 팽팽하다. 스타필드 창원 개점설은 지난해 5월 신세계프라퍼티가 옛 육군 39사단 터인 창원 의창구 중동에 상업시설용 부지 3만 3000㎡(1만 평)를 사들이면서 돌기 시작했다.

이후 창원시와 신세계 측이 분명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 사이에 시민들은 찬반으로 쪼개졌다.

반대 측은 창원지역 전통시장 상인과 소규모 슈퍼마켓 사업자 등이 모인 소상공인 단체와 정의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동참한 '스타필드 반대 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이들은 스타필드 입점 때 주변 상권은 물론 경남지역 상권이 모두 황폐화할 것을 우려하며 강력하게 입점을 반대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모인 '스타필드 지지자 모임'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시민 편의와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소상공인단체와 경남 지역 정의당 및 소수정당의 이기적인 행동과 언론 플레이를 규탄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관광 인프라 확보, 인구 유입, 거주환경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찬반 양측의 양보 없는 대립 속에 최근 신세계 측이 분명한 입점 의지를 밝혔고, 창원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스타필드 창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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