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문화재단 '도시예술산책'
내년 조각비엔날레 앞두고
추산공원∼돝섬∼용지호수
사흘간 투어 프로그램 진행
황무현 조각가 해설 따라
참여자, 작품 아우라에 매료

"유럽에 가야 볼 수 있는 유명한 작품이 마산에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는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지나칠 수 있는 작품이 몇 개 더 있어요. 한 번 둘러보세요."

지난 15일 창원 마산박물관 앞 추산공원에서 황무현(마산대 교수) 조각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창원조각비엔날레 작품을 둘러보는 '2017 도시예술산책'이 사흘 연속 열린 날이었다.

창원문화재단이 내년 9월에 열릴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앞두고 처음으로 시민을 대상으로 조각품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비엔날레 정체성을 알리고 공공미술에 대한 지역사회의 호응을 얻고자 기획했다.

창원문화재단이 내년 9월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앞두고 시민 대상 조각품 투어 프로그램인 '2017 도시예술산책'을 진행했다. 지난 15일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이 임옥상·승효상 작가의 '시목'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 기자

재단은 2010년에 열린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비롯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비엔날레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나 관련 안내서가 전혀 없다는 여론을 반영해 '창원시 조각 워킹 맵'을 따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추산공원을 시작으로 돝섬, 장복산 조각공원, 용지호수를 둘러보는 코스로 도시예술산책을 진행했다. 사흘간 문화기획자와 지역 작가, 전공 대학생 등 80여 명이 참여해 작품 70여 점을 들여다보았다.

"문신, 김종영을 잇는 현재 진행형의 작가들이 있죠. 그 가운데 박석원 작가가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 때 작품을 남겼습니다. 이쪽으로 와보세요. 전시 기법상 아쉬움이 많은 작품도 있습니다. 물이 흘러야 완성되는 작품, 위에서 내려다보아야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조각품이 행정의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져 설치되어 안타깝습니다."

해설을 맡은 황 교수는 도시에 영구설치된 작품의 의도와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관람객에게 불친절한 전시행태도 꼬집었다.

특히 돝섬에 있는 데이비드 브룩스(미국)의 '숲 속의 기계'는 거대한 트랙터를 땅속에 묻은 작가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다. 특이성을 반영하지 못한 대표 예였다. 또 체험형 작품은 안전도 불안했다. 천대광 작가의 '마음자리'는 보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작품마다 뿜어나오는 아우라에 시민들은 더 매료됐다.

시인 김춘수(1922~2004)와 천상병(1930~1993)의 시가 새겨진 임옥상·승효상 작가의 '시목'은 관람객을 오래 머물게 했다. 바람, 언덕, 나무, 물결, 햇살 등 돝섬의 이미지와 풍경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창원문화재단이 내년 9월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앞두고 시민 대상 조각품 투어 프로그램인 '2017 도시예술산책'을 진행했다. 지난 15일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이 데이비드 브룩스의 '숲 속의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 기자

한 참가자는 "이 작품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오늘 이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또 한혜림(25) 씨는 "작품으로 가득 채워진 돝섬이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2016년 창원조각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최수환 조각가는 "곳곳에 있는 조각품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고, 경남대에 다니는 장규태(22) 씨는 "걷기 좋은 봄이나 가을에도 도시예술산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창원문화재단은 '2018 도시예술산책'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범모(한국큐레이터협회 명예회장·가천대 예술대 교수)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을 필두로 내년 가을 막을 올리는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이미 도시에 영구설치된 작품 100여 점을 어떻게 연결할지, 또는 어떤 정체성으로 함께할지 주목된다.

창원조각비엔날레 문의 055-268-7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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