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없는 천사'는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회자되는 선행의 전설로 굳어졌다. 명절이나 연말 혹은 천재지변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홀연히 나타나 성금을 내놓거나 쌀·연탄 등 생필품을 전하고는 바람처럼 사라진다. 멀리 충주와 전주·가평·포항 사례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매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경남도 예외가 아니다. 2년 전 한 독지가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통영 한 주민센터에 쌀을 맡겨 감동을 불러일으켰거니와 최근 통영서 또 다른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나 가뜩이나 추워진 세밑 한파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가 맡기고 간 100만 원은 결코 많은 돈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돈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겨울을 넘기는 데 필요한 난방비용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합천에도 똑같은 유형의 선행이 3년째 이어지고 있어 그가 누구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증과 함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하나의 가설에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돈이 많은 계층은 아닐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들 역시 일반 소시민들과 다르지 않게 힘들게 생계를 영위하고 있을 거라는 예상은 다만 성금품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이 익명성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랑하고 싶은 게 아니라, 또 넘치는 것을 쪼개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동병상련하는 심정이 되어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눔의 장을 실천하려 한다. 말이야 쉽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어디 간단한 일이겠는가. 그래서 더욱 값진 것이다. 기부금이 억대를 넘는 일도 없지는 않지만 그건 논외로 친다.

"희망을 열어가는 작고 작은 힘이라도 된다면…." 통영을 비롯한 모든 얼굴 없는 천사들의 한결같은 이 말이 각박해진 세상인심을 훈훈하게 하는 청량제가 되고 있다.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건강하고 살맛 나는 공동체 사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내일 또 모레, 얼굴 없는 천사들이 인간사랑을 외치며 한 명 두 명 기부 대열로 뛰어드는 아름다운 결행을 감행할지 모른다. 그리고 왼손이 모르게 하는 그들의 선행이 사회 저변 어려운 소시민에게 얼마나 용기를 북돋우어줄지 감히 측량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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