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근성서 비롯된 집단 병리현상
북정권 '핵빅딜' 한탕주의 '끝판왕'

정확하게는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속된 말 중에 '한탕'이라는 말이 있다. '한바탕'의 뜻으로 '한 행보, 한 왕복, 한 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탕하고 손을 뗀다는 핑계', '운전대를 잡고 한탕 뛴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한탕 치다'는 말은 좀 더 강한 뜻이다. 부정행위나 범죄행위 같은 못된 짓을 한바탕 무분별하게 내질러 하는 것이다.

엄정한 법 절차를 따르거나 상식, 규범, 예의를 지켜서는 뜻을 이룰 수 없지만, 이런 것들을 두 눈 딱 감고 깡그리 무시하고 콱 내질러버려야만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오래된 사회심리다.

이익의 크기, 저지르는 행위의 종류와 대상도 다양하다. 주로 사회가 매우 불안하고 법규나 상식을 무시하면서 생존을 도모하는 풍조가 만연할 때 '한탕'이 유행한다. 사회가 안정을 회복한 뒤에도 '한탕'의 짜릿한 맛에 대한 유혹은 좀체 그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더구나 '빨리빨리'가 한국인의 특성처럼 자리잡고, 냄비바닥같이 금방 끓어 올랐다가 금방 식어지는 한국인의 의식구조와 '한탕'의 관계는 찰떡궁합처럼 어울려서 사회관계를 유지해왔다. 점점 더 노골적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마침내는 '한탕주의'로까지 그 위상이 도도해졌다.

그리하여 한탕주의는 남북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집단 정신병리현상이라 할만큼 심각하다. 오래 견디며 참지 못하는 근성으로 변질되어 남북한국인들의 많은 장점과 우수성을 소멸시킨다. 한탕주의를 이토록 무섭게 키운 것은 자본주의의 독극물인 개인주의, 이익과 평리 중심 가치관을 신봉하는 물신숭배 의식구조가 사회화한 치명적 불행이다.

기업의 극단적 이윤 추구 방식, 헌법으로 정립된 대통령 단임제가 한탕주의의 정치적 참극을 확산시켰다. 국민의 부동산 투기 과열, 가계부채의 팽창,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기 위해 생산하는 무기체계의 유린 등이 점점 일상의 평범한 관습처럼 만연해가고 있다.

그중에서는 북한 정권의 핵무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른바 '빅딜'이야말로 남북한국인의 한탕주의에 관한 끝판왕이라 할만하지 않은가. 한국 사회의 한탕주의 모순을 참으로 치밀하고 원대하게 집적시켜 미국과의 큰 거래 방법으로 내놓은 물건은 지구 위의 인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이자 가장 저속한 거래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 한탕주의 거래 방법을 보면 참으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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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위협의 궁극 목적은 그들이 가진 핵무기의 살상능력과 맞바꾸기를 원하는 물건을 직접 넘겨달라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 북한 인민들의 경제적 풍요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방법과 맞바꾸자는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철폐하는 것,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북한 정권의 요구대로 처리하되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과 논의할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북한 핵의 처리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만약 북한 정권의 요구가 실현된다면 인류역사상 가장 큰 한탕주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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