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된 부담안 도의회 통과…교육감 동의 없이 도의회가 예산 조정, 법적 분쟁 소지

내년부터 도내 중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이 이뤄진다. 경남도의회가 관련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경남도 예산안과 경남도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을 의결했다. 다만 도교육청이 예산안 처리 과정의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재의를 검토할 방침이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분담 비율 도의회 안대로 = 경남도의회는 지난 15일 열린 제349회 정례회 6차 본회의에서 도와 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표결 끝에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외됐던 도내 동(洞) 지역 중학교 123개교 학생 5만 9670여 명이 추가 지원 대상에 포함돼 도내 전체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혜택을 받게 됐다. 이로써 무상급식 학생은 32만 6000여 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는 도내 초·중·고 전체 학생 대비 82.4% 수준이다.

그동안 경남도와 도교육청, 도의회는 내년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에는 합의했으나 식품비 분담 비율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 왔다. 도청과 도교육청은 40%(도교육청), 20%(도청), 40%(시·군) 분담에 합의하고 예산안을 짜 도의회에 넘겼다. 자유한국당 중심의 도의회는 그러나 홍준표 전 도지사 시절 정한 분담 비율 5대 1대 4를 유지하되 새로 확대되는 무상급식 대상은 0대 6대 4로 이원화한 안을 줄곧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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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의회.

이에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도청 소관 예결위는 당초예산안 중 교육지원담당관 소관 학교급식비 21억 원을 증액하고, 도교육청 소관 예결위는 도청에서 증액된 21억 원을 추가 세입으로 잡은 수정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애초 4 대 2 대 4 기준으로라면 도교육청이 21억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도의회는 그러나 도청 예산 21억 원을 도교육청으로 전입시킨 후 이를 예비비로 편성하면서 도교육청 부담을 없앴다. 대신 동 지역 중학교까지 확대에 따른 무상급식 식품비 부담을 도청이 지도록 하는 게 수정안 핵심이었다.

그동안 도의회가 주장해 온 안을 관철시킨 것이다.

◇박 교육감 "절차상 문제" = 한데 이를 두고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은 동의했지만 박종훈 교육감은 부동의했다.

박 교육감은 "분담 비율 기준의 이중성은 합리적이지 않고 무상급식비를 지원하는 기관과 지원받는 기관이 합의안 사안을 의회가 다시 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통과한 예산안은 지방자치법을 어겼다"며 "재의 요구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도교육청은 예산 집행이 교육감 고유 권한인 만큼,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의회 의결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법 127조 3항은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 항목을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107조, 108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지방의회 의결이 예산상 집행할 수 없는 경비를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도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재의한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의결 사항은 확정된다.

한데 같은 법 제172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고,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그 의결 집행을 정지하게 하는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이런 내용을 검토한 데는 당장 내년에 도 부담액이 21억 원 늘어나는 만큼 도교육청 부담이 감소하는 모양새지만, 이면에는 더욱 큰 예산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내년에는 부담 비율을 이원화한다해도 2019년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도교육청 판단이다. 만약 이원화되지 않고 5대 1대 4의 비율만 남으면 도교육청은 중학교 급식분까지 포함해 2018년보다 118억 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다만, 21억 원을 미집행해도 내년 중학교 무상급식 확대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도교육청이 기존에 4대 2대 4 비율을 반영해 마련한 예산안은 중학교 무상급식 확대분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측은 "검토를 더욱 신중히 한 다음 재의 여부와 관련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의회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전문위원실과 법률 고문 등 자문으로 예산을 심의해 통과시킨데다 그 과정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고 들은 바 없다"면서 "경기도의회 등 타 시·도 의회에서도 단체장이 부동의했음에도 예산을 집행한 사례가 다수 있는 만큼 크게 문제될 사안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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